제128화
“응, 이 영화 괜찮더라. 시간 될 때 끝까지 봐봐.”
손태하는 식탁 위에 차려진 반찬들을 힐끗 살펴보다가, 다시 양설아 쪽으로 몸을 돌렸다.
“아주머니가 벌써 밥 다 차려놓으셨대. 설아야, 우리 손 씻고 밥 먹자.”
“네... 아빠.”
그녀는 조심스레 대답했다.
아직 손태하가 낯설었지만, 예의 바르고 성숙한 아이답게 말끝에는 공손함이 묻어 있었다.
“두 분 무슨 얘기 하고 계셨어요?”
안순미가 웃으며 물었다.
그녀는 양지유 곁에서 오랜 세월을 함께한 사람으로, 이 집안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손태하가 이 집의 새로운 가장이 된 것도 누구보다 기쁘게 축하해 준 사람이기도 했다.
“그냥 설아랑 영화 이야기 좀 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세 사람은 식탁에 둘러앉았다.
...
다음 날은 월요일이다.
손태하는 새벽녘, 알람이 울리자마자 몸을 일으켰다.
집에서 회사까지 거리가 멀었기에, 오늘은 회사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하기로 했다.
“여보, 점심은 굳이 집에 오지 말고 회사에서 먹어. 왔다 갔다 하기엔 너무 멀잖아.”
양지유가 그의 허리를 살짝 안으며 다정히 말했다.
“그리고... 보고 싶으면 문자 해, 알았지?”
“알았어. 여보도 설아랑 시간 많이 보내. 설아한테 지금 필요한 건 대화야.”
“응, 알겠어.”
양지유는 그의 셔츠깃을 매만지며 미소 지었다.
“나 그럼 다녀올게.”
그때, 양지유가 그를 붙잡듯 손을 내밀었다.
“여보.”
“응?”
“오늘도 힘내.”
그 짧은 한마디에 손태하의 입가가 부드럽게 풀렸다.
그는 양지유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미소를 남긴 채 현관문을 나섰다.
손태하는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벌써 아내가 있고, 딸도 있다.
게다가 이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은 자신뿐이었다.
그래서일까. 출근길 내내 책임감이 한층 더 무겁게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대표님이 패션 업계에 대해 제대로 배우라 하셨으니... 이제 정말 열심히 공부해야지.’
그는 그렇게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새벽의 차가운 공기 속으로 발걸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