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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저는 근처를 지나다가 잠시 들린 거예요. 특별히 볼 일이 있어서 온 건 아니에요.” “정말 다른 볼일이 없어요?” “네... 정말이에요. 저는 면접 볼 시간이 다 돼서 먼저 가볼게요. 이제 시간 있을 때 또 놀러 올게요.”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한 전소정은 성급하게 일어서며 말했다. “그래요? 그럼 잘 가요.” 전소정이 떠나려 하자 손태하도 따라 몸을 일으켰다. 손태하는 허둥지둥 자리를 뜨는 전소정을 붙잡을 생각조차 없었다. 한때 뜨겁게 만났던 두 사람은 이제 서로에 대해 잘 아는 남남이 되었다. 전에 있었던 정도 사라진 지 오래였다. 얼마 후, 않아 손태하는 전소정을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데려다주었다. 이윽고 그는 엘리베이터에 타고 회사를 떠나는 전소정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볼 뿐이었다. 그래도 한때 남보다 가까운 사이였기에, 손태하는 충분히 할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했다. 잠시 후. [재형아, 이쪽으로 와봐.] 사무실로 돌아온 손태하는 윤재형에게 메시지 한 통을 보냈다. 그리고 얼마 후, 윤재형은 사무실로 모습을 드러냈다. “태하야, 무슨 일 있었어? 방금 소정 씨는 너를 왜 찾아온 거야?” “별 이유 없이 한번 들른 거래. 그러면서 내가 지유한테 금전적으로 도움받는 건 아닌지 의심했어.” 손태하는 말하면서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양지유가 회사 대표와 사이가 좋은 걸 몰랐다면, 손태하도 대표가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한다고 착각했을 것이다. “와,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네. 나도 네가 돈 받고 만나는 줄 알았어. 그런 게 아니면 네가 어떻게 대표님 비서도 모자라 소프트웨어 회사에 본부장이 될 수 있었겠어.” 손태하를 바라보는 윤재형의 눈빛에는 어느새 부러움으로 가득 찼다. “돈 받고 만난다니! 내 와이프가 대표님과 친구야. 대표님은 와이프 체면 세워주려고 나를 받아준 것뿐이야.” “뭐? 그랬던 거였어? 이제야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겠네. 그럼 그렇다고 일찍 말하지. 하긴, 대표님 외모에 만나달라고 하는 남자가 줄을 섰을 텐데. 왜 그 사람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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