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화
“여보, 이리 와봐.”
양지유는 다 우린 차를 손태하와 자기 잔에 고루 따라주었다. 작고 아담한 찻잔에 고운 찻물이 고요히 담겼다.
“응.”
손태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조심스레 잔을 들어 올린 후, 단숨에 들이켰다. 잔이 워낙 작아 마치 소주잔 같았던 탓이다.
“푸흡...”
그 모습에 양지유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차는 그렇게 급하게 마시는 게 아니야.”
손태하는 머쓱하게 머리를 긁으며 쑥스럽게 웃었다.
“여보, 아까 차 우리던 모습 진짜 예뻤어.”
“정말? 사람이 예뻤어, 아니면 동작이 예뻤어?”
“동작도 예쁘고 사람은 더 예뻐.”
“정말로?”
“당연하지. 당신은 생긴 것도 예쁘고 기품도 있고. 난 태어나서 이렇게 예쁜 사람은 TV에서만 봤어.”
손태하는 또 한 잔 가득 따라준 찻잔을 번쩍 들어, 다시 단숨에 마셨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잔으론 몇 번은 마셔야 배가 찰 것 같은데...’
“여보, 왜 이렇게 장난꾸러기야?”
양지유는 그 말에 웃음이 절로 터졌고 어깨까지 들썩이며 한바탕 웃었다. 누나인 자신이 아무리 괜찮게 생겼다 해도 그건 다 예전 이야기다. 지금은 그저 ‘그 나이대의 매력’이 남아 있는 정도랄까.
“정말이야 여보. 거짓말 아니고 진심이야. 몸이 회복되면서 점점 더 예뻐지고 있어. 진짜 완전 딴사람 같아.”
손태하는 잔을 내려놓으며 두 손을 흔들어 보였다.
자기 입으로도 믿기 힘들 정도였다. 도대체 무슨 팔자가 이렇게 좋은 거지?
처음 병원에서 봤던 양지유는 정말 많이 지쳐 보였고 그때는 이렇게 빛날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마치 전혀 다른 사람처럼 눈부셨다.
차 한 주전자가 거의 비었을 무렵이었다.
“여보, 이제 가서 씻고 새 잠옷으로 갈아입어. 아주머니가 미리 빨아놨어.”
“알겠어, 나 씻고 올게. 근데 같이 씻을래?”
“나 당신 오기 전에 벌써 씻었어. 착하지, 얼른 가.”
손태하의 장난기 가득한 눈빛에 양지유는 수줍게 손을 내저었다. 지금 안순미가 부엌에서 저녁 준비 중이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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