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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아래층으로 내려갔으나 취선루 주인장은 주석호를 맞이하러 나오지 않았고 주석호는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평소 주석호가 취선루에서 소비할 때면 주인장은 늘 그를 깍듯이 대했다. 특히 주석호가 취선루에 방문하거나 취선루를 떠날 때면 바닥에 납작 엎드리기라도 할 기세였다. “전하, 어제는 만족스러우셨습니까?” 취선루의 관리인이 다가오며 예를 갖추었다. “그래. 나쁘지 않았다.” 주석호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장은 어디 있느냐?” “주인장께서는...” 관리인은 잠깐 망설였지만 이내 웃으면서 말했다. “어젯밤 어머니께서 갑자기 고뿔에 걸리시는 바람에 어머니를 데리고 의원을 찾아가셨습니다. 주인장께서 직접 배웅하지 못하게 되어서 정말 송구스럽습니다.” 주석호는 고개를 끄덕인 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그곳을 떠났다. 관리인이 그의 뒤에 서서 그를 간교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주루에서 나오자 주석호는 상쾌한 기분을 느꼈다. 비록 여인과 잠깐 실랑이를 벌이긴 했으나 아주 타이밍 좋게 환생하게 된 데다가 어젯밤 실컷 즐기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이 시대의 황자라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을 것이고, 아무리 사랑받지 못한다고 해도 궁 밖에서는 거리낄 것 없이 마음껏 인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때, 멀리서 큰 말을 탄 누군가가 다가왔고 근처에 있던 백성들은 겁을 먹고 황급히 도망쳤다. 도성 내에서 말을 타는 것은 궁중의 사람들만 감히 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평민들은 당연히 피할 수 있으면 피했다. 그러나 주석호는 태연한 얼굴로 상대방을 바라보았다. “워.” 큰 말이 주석호의 앞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서 마차 한 대가 뒤따르고 있었다. 말을 타고 있던 사람이 황급히 말에서 내려와 주석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면서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전하, 폐하께서 당장 궁으로 돌아오라고 하셨습니다.” 주석호는 적잖이 당황했다. 그 사람은 바로 주석호의 시중을 들던 내관 송호였다. 송호가 이토록 다급히 그를 찾으러 온 걸 보면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그런데 황제가 갑자기 그를 불러들이려고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가자꾸나.” 마차에 오른 뒤 주석호는 마음속에 의문이 가득했다. 무황이라고 불리는 북양의 황제는 슬하에 황자 일곱 명, 공주 여섯 명을 두고 있었다. 그중 가장 사랑받는 것은 태자 주호림과 삼황자 주명철이었고 두 사람은 평소 무황의 곁에서 그와 함께 정무를 보았다. 그 외 다른 황자들도 각자 재능을 발휘하여 어느 정도 황제의 관심을 받았고, 특히 막내인 칠황자는 무황의 귀염을 한 몸에 받았다. 그래서 가장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 바로 육황자 주석호였다. 주석호는 문무에 능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잘하는 것 하나 없는 데다가 뭔가를 이루어내려는 의지조차 없었다. 평소 무황은 그런 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었기에 그를 먼저 불러들인 적도 없었다. “전하.” 송호가 주석호의 곁에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듣기론 이번에 전하뿐만이 아니라 멀리 변방에서 병사들을 이끌고 전투를 치르던 이황자 전하께서도 폐하의 부름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둘째 형님께서도 돌아오셨단 말이냐?” 주석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황자 주성훈은 군사적 역량이 뛰어나 늘 변방에서 활약하던 자였다. 대체 어떤 일이길래 주성훈까지 궁으로 불러들인 걸까? 육황자도 궁에서 냉대를 받는 처지라 주석호의 시중을 드는 송호 또한 궁에서 무시당하기 일쑤였고 그 탓에 그가 알아낼 수 있는 것은 그게 다였다. 입궁한 뒤, 주석호는 곧바로 자신의 처소로 돌아가 검은색의 망포로 갈아입었다. 북양 황실에서 황제는 금빛의 용포를, 태자는 주황색 망포를, 다른 황자들은 그 외 다른 색깔의 망포만 입을 수 있었다. 서둘러 황제의 명에 따라 태극전으로 달려가니 적지 않은 사람들이 보였다. 태자부터 시작해 칠황자까지, 그리고 조정 대신들까지 전부 그곳에 모여 있었다. 게다가 몇몇 생소한 얼굴들과 다양한 옷차림의 미인들도 있었다. 주석호의 큰형님, 즉 태자 주호림은 용좌 옆에 서 있었고 용좌에는 위엄이 느껴지는 강직한 얼굴의 중년 사내가 앉아 있었다. 그가 바로 무황 주용헌이었다. “아바마마, 여섯째가 왔사옵니다.” 주호림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무황은 주석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덤덤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 모습에서 그가 주석호를 얼마나 홀대하는지 여실히 느껴졌다. 옆에 있던 이황자 주성훈이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저 녀석이 이런 자리에 오는 것은 황실의 치욕입니다!” “그렇지요.” 옆에 있던 사황자 주덕배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 “아바마마께서 부르셨는데 이제야 나타난 걸 보면 또 밖에서 흥청망청 놀았을 것입니다.” “조용히 하거라!” 주호림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남양의 사신이 아직 이곳에 있다. 다른 나라 사람들 앞에서 우리 북양을 웃음거리로 만들 셈이냐?” 두 사람은 내키지 않는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다른 황실 구성원들은 저마다 냉소적이거나 경멸 어린 시선으로 주석호를 바라보았다. 백성들 사이에서 황실 사람들의 평판이 좋지 않은 이유는 전부 주석호가 한 짓들 때문이었다. 주색을 즐기고, 민가의 여인을 희롱하고, 청루와 노름판에 드나들고... 좋은 일은 하나도 하지 않으면서 나쁜 일은 빠짐없이 했다. 오로지 가장 어린 칠황자만이 주석호에게 다가가서 찬란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형님, 드디어 오셨군요!” “남기야, 글공부는 열심히 하였느냐?” 주석호는 웃는 얼굴로 동생의 뺨을 꼬집었다. 모든 형제들 중 오로지 열두 살 된 칠황자 주남기만이 그와 가까이 지냈다. 그보다 다섯 살 많은 오황자 주평진조차 평소 주석호를 투명 인간 취급했다. “그럼요. 하지만 오경육예인지 뭔지가 너무 어렵습니다.” 주남기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저도 형님처럼 매일 궁 밖으로 나가서 놀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주석호는 순간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매일 궁 밖으로 나가서 놀 수 있는 이유는 황제가 그를 완전히 포기했기 때문이다. ‘그게 뭐가 좋다고.’ 황위 계승 쟁탈전이 시작되면 주석호는 가장 먼저 탈락할 것이다. 바로 이때 특이한 차림의 사람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폐하, 북양의 황자들 모두 도착한 것 같으니 이제 시작해도 되겠사옵니까?” “좋소.” 무황은 덤덤히 고개를 끄덕인 뒤 옆에 있던 태자에게 눈치를 주었다. 태자 주호림이 곧바로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다들 자리에 착석하시지요. 여봐라, 음식을 내오거라!” 사람들은 하나둘 자리에 앉았다. 이내 진수성찬과 좋은 술이 줄지어 들어와 사람들 앞에 가득 놓였다. 주석호는 건성으로 젓가락질을 했다. 황실에서 먹는 음식들은 당연히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의 다양한 음식들과 비교하면 재료가 신선하다는 것이 유일한 장점이었다. 주석호의 시선은 맞은편에 앉아 있는, 북양 사람들과는 확연히 다른 차림을 한 자들에게로 향했다. 조금 전 황제에게 말을 건넸던 사람과 그의 근처에 있는 사람들은 아마 모두 남양 사람들일 것이다. ‘설마 남양의 사신들인가?’ 그러나 남양은 예로부터 북양과 사이가 좋지 않았고 변방에서는 전쟁이 끊이질 않았으며 서로 왕래하는 경우도 아주 드물었기에 이렇게 많은 사신들이 북양에 방문하는 것은 실로 이례적인 일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지?’ 주석호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주남기가 그의 귓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형님, 넷째 형님 말씀을 들어 보니 오늘 이 연회는 혼인을 위해 마련된 자리라고 합니다.” ‘혼인?’ 주석호는 조금 당황했지만 이내 상황을 파악했다. 오늘 이 자리에 미인들이 유독 많은 이유가 있었다. 현재 북양에는 일곱 명의 황자가 있었는데 그중 혼인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특히 태자인 주호림은 아직도 태자비를 들이지 않고 있었다. 비록 황제가 정정하긴 하지만 태자는 이미 스물아홉이었고 혼인을 계속 미루는 것은 예법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그러니 이런 자리를 마련해 북양에서 가장 훌륭한 여인들을 불러 모으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남양 사람들까지 온 건 무엇 때문일까? 설마 정략혼을 하려는 걸까? 연회는 계속되었다. 용좌 왼쪽 하측에 앉아 있던 주호림은 자기도 모르게 옆에 있던 노인을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방 정승, 방 정승의 따님께서는 연회 초대 소식을 전달받지 못한 것입니까?” 용좌에 앉아 있던 무황도 웃으며 말했다. “방 정승, 방 정승의 딸이 우리 북양 최고의 재녀라는 말을 들었소. 그래서 내가 일부러 꼭 입궁하여야 한다고 명까지 내렸거늘.” “그게...” 방현석은 난색을 보이며 황급히 말했다. “제 딸은 채시관이라 그동안 천하의 강산을 누비며 노래와 시를 모았사옵니다. 그리고 어제 막 집에 돌아왔는데 하필이면 몸이 좋지 않았사옵니다. 이미 저택에 사람을 보내 제 딸을 데려오라고 명하였사오니 이제 곧 도착할 것이옵니다.” 방현석은 자기 딸이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도성 근교에서 열리는 문인 시회에 갔다가 밤새 돌아오지 않았다고 밝힐 수 없었다. 혹시 소문이라도 난다면 가문의 명예가 땅에 떨어질 테니 말이다. 바로 이때, 밖에서 내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폐하, 채시관 방청옥이 뵙기를 청하였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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