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화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주석호에게로 쏠렸다. “마마,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주강현이 잔뜩 찌푸린 얼굴로 묻자, 주석호는 피식 웃더니 자객 앞에 걸음을 멈추었다. “넌 입만 살았을 뿐만 아니라 목숨을 대수롭지도 않게 여기는군.” 그 말이 떨어지자, 자객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주강현은 순간 어리둥절했으나 곧 깨닫고는 얼굴빛이 굳어졌다. 방금 이 자객이 일부러 주강현을 격분시켜 중형을 쓰게 만든 이유는 그저 빨리 죽기 위해서였다. 그제야 눈치챈 주강현은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죽음을 자청하는 포로는 가장 다루기 어려웠다. 대부분 입을 열기도 전에 이미 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이거 정말 큰 일이야...’ 불과 얼마 전, 주석호 앞에서 장담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가자 주강현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졌다. 그때 자객이 주석호를 똑바로 노려보며 외쳤다. “내가 죽음을 각오한 걸 알았다면, 시간 끌지 말고 시원하게 베시오!” “시원하게?” 주석호가 피식 웃었다. “네가 원한다고 내가 들어줄 까닭은 없다.” 그는 고개를 돌려 주강현을 향했다. “대감, 예전부터 한 가지 형벌을 고안해 둔 것이 있었으나, 시험해 볼 기회가 없었소. 마침 지금이 적기인 듯하니 이번에 써보려 하오. 어떻소?” 주강현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마마는 형벌엔 문외한일 텐데... 설마 군영의 고문보다 더한 것이 있을까?’ 그러나 주석호의 눈빛에 강한 확신이 담겨 있는 걸 보고 결국 체념하고 말았다. “좋습니다. 한번 해보시지요.” “여봐라, 대야 하나 가져오거라.” 주석호가 명했다. “대야...?” 주강현은 의아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혹, 물고문을 하시려는 겁니까?” “아니오.” 주석호가 고개를 저었다. “새로운 형벌일 뿐. 잠시 후면 알게 될 것이오.” 곧 대야가 들어왔다. 주석호는 비수로 바닥을 뚫어 작은 구멍을 냈다. “물을 부어라.” 맑은 물이 가득 차자, 구멍에서 물방울이 떨어졌고 주석호는 흡족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러나 주강현은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겉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