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사정남이 내놓은 예물은 하권승보다 훨씬 더 후했다. 주석호는 그것을 받아들이며, 겉으로는 그를 용서해 주었다.
이 두 세력은 당장 건드릴 생각이 없었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를 공경하는 태도를 잃지 않고 있었으니까.
무엇보다도 주석호가 손에 쥔 첫 재물은 다름 아닌 이 두 집안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지금도 끊임없이 흘러들고 있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이 두 가문은 결코 그의 심복이 될 수 없었다.
생각을 거두며, 주석호는 송호를 불렀다.
“도 가주를 불러오너라. 물을 것이 있다.”
잠시 뒤, 도진유가 급히 들어와 공손히 서 있었다.
이번 일을 겪고 나서 그는 완전히 주석호 앞에 고개를 숙이게 되었다. 범인을 찾아내고 복수까지 대신해 주었으니 어찌 마음을 굽히지 않겠는가.
설령 김씨 일족이 범인임을 알았다 한들, 혼자서는 달리 손쓸 방도가 없었다. 맞서 싸운다면 두 집안 모두 화를 면치 못했을 테니까.
“도 가주, 내가 민병대를 하나 세우려 하네. 그대가 그 대장을 맡아 주면 어떻겠는가?”
마침 조금 전, 선우진이 조정의 회답을 보내왔는데, 민병 창설을 허락한다는 내용이었다.
“민병이라 하셨습니까?”
도진유가 놀란 눈으로 묻자, 주석호는 곧바로 조정의 회신을 내밀었다.
도진유가 그것을 읽고는 크게 눈을 뜨며 숨을 고르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마마, 백성을 훈련시키려면 끊임없는 곡식이 필요합니다. 또 병장기와 갑옷도 만만치 않게 들 텐데... 숙주의 형편으로는 오래 버티기 어려울 듯합니다.”
주석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옳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 일은 그대가 걱정할 바 아니네. 도 가주가 생각할 것은 단 하나, 나의 민병대장이 될 뜻이 있느냐 없느냐야.”
잠시 망설이던 도진유는 결국 고개를 숙였다.
“따르겠습니다.”
“알겠네.”
주석호는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다면 첫 임무를 내리겠네. 장정 천 명을 모아주게.”
“민병이 되려는 자들은 한 사람마다 한 달에 백 문씩 지급하겠네.”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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