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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둘째 형님, 여섯째 형님과 무슨 말씀을 하려는 것입니까?” 주남기의 얼굴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이때 주석호가 입을 열었다. “남기야, 일단 돌아가거라.” 주석호도 마침 주성훈과 내일 무예를 겨루는 것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두 형님들 모두 그렇게 얘기했으니 주남기는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했다. 커다란 태극전 안에는 그렇게 주석호와 주성훈 두 사람만 남았다. “내일...” 주석호가 입을 열자마자 주성훈이 갑자기 그의 말허리를 잘랐다. 주성훈은 얼굴이 벌게져서는 눈을 부릅뜨고 탁자를 내리치면서 말했다. “석호야, 이번 내기가 우리 북양의 운명과 직결된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 모주는 우리 북양의 장병들이 피를 흘리며 지켜낸 곳인데, 너의 그 철없는 행동 때문에 우리 땅이 남의 것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 북양 장병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려는 것이냐?” 주성훈은 호통을 치면서 탁자를 내리치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석호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마치 주석호에게 손찌검이라도 할 듯한 모습이었다. 거대한 압박감을 내뿜는 주성훈 앞에서 주석호는 두려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덤덤히 웃었다. “그렇다면 형님이 보시기에 북양은 두려움 때문에 물러나야 마땅합니까?” 주성훈이 대답하기도 전에 주석호의 표정이 점점 엄숙해졌다. “싸우기도 전에 겁을 먹는 것은 병가의 금기가 아닙니까? 형님이 그걸 모르시지는 않을 텐데 말입니다. 저희 북양의 장병들은 목숨을 걸고 국토를 지키고 백성을 보호하였지요. 그런데 저희에게 남양과 맞서 싸울 용기조차 없다면 그들은 더 크게 실망할 것입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은... 바로 남양을 이기는 것입니다!” “내기에서 승리하여 남양에 우리 북양의 실력을 보여주고, 북양 장병들에게 그들이 지키는 사람들이 그들을 저버리지 않았음을 보여주어야지요!”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엄청난 힘이 담겨 있었다. 주성훈은 큰 충격을 받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가 기억하는 주석호는 향락에 빠져 허송세월하던 무능력한 자였다. 이런 담대한 모습과 엄청난 기개는 태자에게서도 본 적 없는, 오로지 천하를 다스리는 무황에게서만 본 적 있는 모습이었다. 조금 전 남하택과의 대결에서 멋진 활약을 보여주었던 주석호의 모습이 떠오르자 주성훈은 살짝 놀랐다. 설마 이것이 진짜 주석호의 모습이란 말인가? 오늘을 위해 십여 년을 연기했던 것일까? 그러나 주성훈은 이내 속으로 그 생각을 부정했다. ‘아쉽지만 너무 늦었어.’ 태자의 자리는 이미 정해졌고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다. 주성훈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전각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는 비록 성격이 난폭하긴 하지만 어리석지는 않았다. 그리고 주성훈은 태자의 자리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황위 계승 쟁탈전에 끼고 싶지도 않았다. 그는 그저 장수로서 자신의 소임을 다할 생각이었다. 주석호는 주성훈을 따라가면서 말했다. “형님, 내일 누가 출전할지 결정하셨습니까?” 주석호가 황위를 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주성훈은 주석호와 가까이 지내고 싶지 않았기에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안 그래도 지금 고르러 가려고 했다.” “그러면 저도 같이 가보겠습니다.” 주석호가 말했다. 한때 용병왕이었던 주석호는 홀로 누군가를 상대하는 것이 전혀 겁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그의 몸은 너무도 나약했고 반드시 이 세계의 전투 방식에 대해 미리 알아둬야 했다. 도성 근처의 군영. 주성훈의 날카로운 시선이 여덟 명의 건장한 병사들에게로 향했다. “너희들 중에 내일 무예를 겨룰 사람을 선택할 것이다. 지금부터 둘씩 짝지어 겨루거라!” 주성훈이 명령을 내리자마자 여덟 명의 사람들이 네 개 조로 나뉘어져 싸우기 시작했다. 주석호는 멀지 않은 곳에 서서 싸움을 지켜보다가 천천히 미간을 구겼다. 병사들은 비록 체구도 크고 몸놀림도 민첩한 편이었지만 용병왕인 주석호가 보기에 그들의 전투법은 너무도 뒤떨어졌다. 예전에 주석호가 이끌던 팀의 연락책조차 그들을 쉽게 이길 수 있을 정도였다. 남양과 북양은 백 년 넘게 대치했었는데 만약 남양도 이 정도 실력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주석호는 결정을 내린 뒤 앞으로 나섰다. “형님, 이리 와보세요.” 주성훈은 엄숙한 눈빛으로 병사들의 대결을 지켜보다가 가끔 만족스러운 눈빛을 해 보였다. 그 여덟 명의 병사들은 주성훈이 정성 들여 고른 정예병으로 그보다 살짝 약할 뿐이었다. 그중에서 네 명을 고르고 그까지 나선다면 내일 대결에서 북양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주석호의 목소리를 들은 주성훈은 시선을 거두고 주석호를 따라 옆으로 몇 걸음 걸어갔다. “형님, 내일 대결에 저도 참여하고 싶습니다.” 주석호가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주성훈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내일 대결은 북양에 있어 매우 중요한 대결이었다. 이렇게 중요한 상황에 주석호는 공로를 세워 황제의 관심을 받으려고 욕심을 부리고 있었다. ‘이건 사직을 농락하는 것이다!’ 주성훈의 이마에 핏줄이 도드라졌다. 그는 아주 단호하게 호통을 쳤다. “꿈 깨거라! 다시 한번 그런 소리를 지껄인다면 가만두지 않을 줄 알거라. 지금 당장 썩 꺼지거라!” 서로 무예를 겨루던 여덟 명의 병사들은 주성훈이 분노에 차서 고함을 지르자 곧바로 싸우던 걸 멈추고 그를 둘러쌌다. “이황자 전하, 왜 그러십니까?” 그들은 그렇게 질문하며 분노 어린 눈빛으로 주석호를 바라봤다. 그들은 무능력한 육황자가 이황자를 화나게 했을 거라고 확신했다. 주석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주성훈이 이렇게 격하게 반응할 줄 몰랐다. 바로 이때, 멀리서 외침이 들려왔다. “태자 전하께서 오셨습니다!” 주성훈은 그 말을 듣고 어쩔 수 없이 분노를 억누른 뒤 주호림을 맞이하러 갔다. “하하하하... 아우야, 내가 갑자기 이곳에 찾아와서 후보를 뽑는 것을 방해한 것은 아니겠지?” 주호림은 저 멀리서부터 호탕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주성훈은 주석호의 일 때문에 분노가 가득 쌓인 터라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 주호림의 웃음소리가 멈췄다. 그는 주성훈이 언짢아한다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주성훈의 어두운 표정을 보았을 때는 어리둥절해졌다. 이때 주석호가 천천히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태자 전하를 뵙사옵니다.” 주호림은 주석호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네가 여긴 웬일이냐?” 그가 갑자기 군영으로 찾아온 이유는 책사의 건의에 따라 내일 대결에서 공을 세우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뜻밖에도 주석호가 그보다 한발 먼저 군영에 도착했다. 역시나 주석호는 황위를 노리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게 주석호를 향한 주호림의 살기가 한층 더 강해졌다. 주호림이 따져묻자 주석호는 웃으며 말했다. “내일의 대결은 저 혼자 그 결과를 책임을 져야 하니 당연히 신경을 써야지요.” 주석호는 잠시 멈췄다가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그런데 태자 전하께서는 무슨 일로 이곳에 오셨사옵니까?” 주호림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공을 세우러 이곳에 왔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책사가 이미 그를 위해 핑계를 생각해 주었다. “내일 대결은 우리 북양에 아주 큰 의미가 있으니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지.” 주호림은 그렇게 말한 뒤 차갑게 웃었다. 주성훈이 언짢아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 아니라 주석호 때문인 듯했다. 주성훈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은 북양 장수들의 민심을 잃는 것과 다름없었다. ‘주석호, 네가 무슨 수로 나와 싸우겠느냐?’ 그런 생각이 들자 주호림은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둘째야, 내일 대결에 참여할 이들은 다 골랐느냐? 내일 우리 북양을 위해 출전할 용사들의 얼굴을 한 번 보고 싶구나.” 주성훈은 그 말을 듣고 분노가 조금 사그라들었다. 주석호가 태자보다 더 대담하고 현명하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는데 역시나 착각이었다. “따라오시지요.” 주성훈이 말했다. 주호림은 자신을 대하는 주성훈의 태도가 조금 누그러지자 점점 더 의기양양해져서 자기도 모르게 주석호를 향해 승리자의 눈빛을 해 보였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 달리 주석호는 매우 평온했고 주호림은 순간 화가 났다. 하지만 이런 일로 갑자기 화를 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결국 주호림은 코웃음을 치며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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