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2화
지세원이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공지한이 또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몇 년 동안 아껴두었던 술이 바닥을 드러낸 걸 보고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마실 거면 말을 하지! 그럼 내가 사다 줬을 텐데. 이건 내가 늙어서 천천히 즐기려고 남겨둔 건데, 그걸 그냥 다 비워버리다니!’
지세원은 급히 들고 온 음식 봉투를 식탁 위에 내려놓고, 공지한이 들고 있는 잔을 낚아채며 말했다.
“지한아, 술은 인제 그만 마시고 뭐라도 좀 먹어야지.”
공지한은 술잔을 빼앗겼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몸을 일으키더니 지세원이 뒤에서 몇 번을 불러도 못 들은 척 무표정으로 방에 들어가 버렸다.
결국 지세원은 체념한 듯 널브러진 술병과 잔을 치우기 시작했다.
카펫에 쏟아진 술 냄새가 진동하자, 그는 할 수 없이 문밖에 내던지고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켰다.
약 30분쯤 지나서야 거실의 술 냄새가 조금 빠진 듯했다.
정리를 마친 뒤, 지세원은 방으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가운 차림으로 나와 유재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재윤아, 내일 우리 집에 들러서 지한이를 좀 데려가.”
지세원의 집에는 각종 고급술이 가득했다.
이대로라면 공지한은 집에 있는 모든 술을 다 마시고 머지않아 알코올 중독으로 쓰러질 게 뻔했다.
그는 술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공지한의 건강이 걱정되어 이대로 둘 수는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가 집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는다면 유재윤의 집으로 보내는 수밖에 없었다.
유재윤은 술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고 그의 집에는 술 한 병조차 없었다.
“형을 어디로 데려가라는 거야?”
늦은 밤, 갑작스러운 전화에 유재윤은 당황한 듯 물었다.
“네 마음대로 해,. 집으로 데려가든, 너희 집에 데려가든.”
그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자, 지세원은 마음이 조금은 홀가분해진 듯했다.
매일 술에 절어 있는 공지한을 보고 있자니, 자신마저 함께 취한 듯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유재윤은 차를 몰고 지세원의 집으로 찾아왔다.
“세원 형, 지한이 형은 어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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