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5화
한웅철의 말을 들은 지예빈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사실은 그저 시간을 벌어보려 허세를 부린 참이었다. 지세원이 반드시 찾아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저 한웅철이라는 사내가 그녀의 허세에 넘어가지 않는다면 일은 복잡해질 터였다.
지예빈은 잔뜩 용기를 내어 애써 침착한 척 말을 이었다.
“일부러 그러시는 거죠? 우리 같은 어린 여자애들을 정말 괴롭히고 싶으신 건 아니라고 믿어요. 보세요, 그쪽 사람들도 저희 사람들을 실컷 때렸으니 이제 그만 화 푸세요. 저희 그냥 보내주시면 안 될까요?”
“하하, 너 말은 참 잘하는구나.”
한웅철의 옆에 앉은 여자를 쓱쓱 쓰다듬으며 입을 열어 말했다.
지예빈은 그가 자신의 말에 수긍한 줄 알았다. 서둘러 앞으로 나서며 공주희와 하수민을 이끌고 이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그때, 앞을 막아서는 손길에 걸음이 멈췄다. 한웅철은 거리낌 없이 껄껄 웃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언제 가도 좋다고 했지?”
이제는 지예빈도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런 망할 뚱보가! 사람이 많다는 걸 믿고 여자들을 희롱하다니.’
지예빈은 뒤로 돌아 한웅철을 쏘아보았다.
“일을 크게 만들고 싶으시다면 기다리세요. 10분도 안 되어 경찰이 여기 도착할 테니까요. 잊으셨을까 봐 말씀드리는데 제 휴대폰엔 위치 추적 기능이 설치되어 있어 여기를 찾는 건 식은 죽 먹기예요.”
“이봐, 여기 술 세 병 가져와.”
한웅철이 부하에게 손짓했다. 커다란 고량주 세 병이 탁자 위에 놓였다.
세 사람은 그의 뜻을 알 수 없어 모두 침묵했다.
“가고 싶어? 보내 줄게. 대신 조건이 있어. 아주 간단하지. 한 사람당 한 병씩, 다 마시면 보내주마.”
세 사람은 탁자 위의 술병을 내려다보았다. 500ml 용량의 고량주였다. 술에 가장 강한 지예빈이라도 단숨에 마시면 제대로 서 있기 힘들 터였다. 공주희와 하수민은 분명 정신을 놓게 될 양이었다.
“뭐야? 못 마시겠어? 술을 못 마시겠으면 옷이라도 벗어야지.”
한웅철은 소파에 비스듬히 몸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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