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8화

휴대폰이 울렸다. 임윤슬이 전화를 받자마자 말을 꺼내기도 전에 상대의 다급한 목소리가 먼저 쏟아졌다. “어떻게 됐어요? 잘 물어봤어요? 곧 선착장에 도착할 거니까 우리가 지한 씨를 데리고 가야 해요.” 허운재가 초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임윤슬과 공지한이 만나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 막연히 기대한 모양이었다. 곧 임윤슬의 한마디는 그의 부푼 마음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한 씨는 기억을 잃었어요.” 허운재는 목구멍이 꽉 막혀버린 듯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잠시 뒤, 그는 임윤슬에게 물었다. “기억을 잃었다고요? 정말 윤슬 씨까지 기억 못 하는 거예요?” 그는 아직도 어안이 벙벙했다. 이런 일이 현실에서도 일어나다니, 너무 막장 같아서 도무지 수긍이 가지 않았다. “지금 어디 있어요? 아직도 지한 씨 방에 있나요?” 허운재가 물었다. “네.” 임윤슬이 대답했다. “지한 씨 바로 옆에 있어요?” 허운재가 계속 물었다. “아니요. 샤워하러 갔어요.” 임윤슬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전화기 너머의 허운재는 깜짝 놀란 듯했다. “샤워요? 이게 무슨 상황이죠? 지한 씨가 기억을 잃었다면서요. 그런데 왜...” 임윤슬의 얼굴빛이 굳어졌다. ‘이 인간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임윤슬은 재빨리 설명했다. “오해하지 마요. 지한 씨는 정말 그냥 샤워하러 간 것뿐이에요.” “흠... 쓰러뜨려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요. 어차피 남편이잖아요. 몸이 반응해서 기억을 되찾을지도 모르죠.” 허운재는 거리낌 없이 제안했다. 임윤슬은 발을 구르며 부끄러워했다. “허운재 씨!” 임윤슬은 지금 혼자 있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얼굴은 이미 사과 알처럼 새빨개졌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녀는 조금 전 허운재의 제안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그녀 자신도 놀랐다. “일단 돌아와요. 곧 선착장에 도착할 거니까요. 지한 씨가 기억을 잃었다니, 상황이 복잡해지겠네요. 우리랑 같이 가려 하지 않는다면... 아니다. 됐어요, 먼저 돌아와요. 이제 다시 상황을 보죠.” 허운재가 그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