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7화
임윤슬은 앞치마를 두르고 식탁 옆에 서고는 미소를 띠며 공지한에게 말했다.
“먼저 밥 먹어요. 장 안에 예전 사진첩이 몇 권 있어요. 나중에 보고 싶으면 꺼내줄게요. 조금 있으면 유승이랑 유나가 일어나니까 학교에도 데려다줘야 하거든요.”
공지한은 두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는 임윤슬의 말이 떠올랐다.
그는 식탁 앞으로 다가가 자리에 앉았다.
접시 위에는 따뜻한 팬케이크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그 옆에는 흰 우유 한 잔이 있었다.
공지한이 포크로 팬케이크를 한 조각 집어 들었다.
한입 베어 물자 익숙한 향과 맛이 입안에 퍼졌다. 아득한 기억이 어렴풋이 건드려지는 듯했다.
임윤슬이 긴장된 얼굴로 물었다.
“입맛에 맞아요?”
그녀는 일부러 그가 좋아하던 맛 그대로 만들었다. 혹시 그게 잊었던 기억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을까 싶어서였다.
공지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정말 맛있네요.”
그 말에 임윤슬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입맛이 변하지 않았다면 언젠가 기억이 돌아올지도 몰랐다.
그녀는 요 며칠간 기억 상실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서 전문가 상담까지 받았다.
익숙했던 공간에서 예전처럼 지내다 보면 기억이 되살아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공지한이 식탁에 앉은 채 조용히 말했다.
“윤슬 씨도 같이 먹어요.”
“네.”
임윤슬이 맞은편 자리에 앉았고 두 사람은 말 없이 식사를 이어갔다.
잠시 후, 귀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엄마...”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리자 잠옷 차림의 임유나를 발견했다.
눈을 비비며 멍한 표정으로 서 있는 아이는 아직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 되는 듯했다.
임유나는 한참 그들을 바라보다가 다시 방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며 중얼거렸다.
“오빠, 나 꿈꿨어. 아빠랑 엄마가 집에 왔는데 식탁에서 밥 먹고 있었어.”
아이의 귀엽고 어눌한 목소리에 임윤슬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아이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공지한은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무심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저 아이가 내 딸이구나. 참 사랑스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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