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1화
임윤슬은 공지한의 말을 듣고 다시 생각에 잠겼는데 확실히 조금 더 젊은 느낌이 어울릴 것 같았다.
그녀는 스케치를 들고 다시 테이블 앞에 앉아 소매와 치마 선을 수정하려고 연필을 들었다.
바로 그때, 큰 손이 조용히 스케치 위에 내려앉았다. 임윤슬이 고개를 들자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오늘 많이 피곤했죠. 일단 씻고 쉬어요. 내일 오전에는 외출도 안 하니까 충분히 수정할 시간 있잖아요.”
이렇게라도 말리지 않으면 임윤슬은 완성될 때까지 버티고 앉아 있을 거라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알겠어요.”
임윤슬은 펜을 내려놓고는 잠옷을 챙겨 욕실로 들어갔다. 시간이 꽤 늦기도 했고, 계속 그리겠다고 고집하면 공지한이 또 같이 밤을 새울 테니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손보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공지한이 침대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임윤슬은 어젯밤 장면들을 떠올리면서 걸음이 절로 느려졌다. 이제는 도저히 당해낼 힘이 없었다.
공지한은 그녀의 어색한 움직임을 곧바로 눈치챘다.
“왜요? 어디 불편해요?”
“아, 아니요...”
임윤슬은 황급히 불을 끄고 침대로 뛰어들더니 이불을 단단히 감아올렸다. 그리고 머리만 살짝 보이도록 꽁꽁 싸맨 채 공지한에게 등을 돌렸다.
공지한이 덮고 있던 이불은 순간 임윤슬에게 모두 뺏기고 말았다.
하지만 임윤슬은 그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태연하게 누워 있었다.
‘많이 춥나? 에어컨은 26도로 맞춰져 있어 딱 적당한 온도일 텐데?’
임윤슬은 이불을 칭칭 감고 있었는데 한참이 지나도록 뒤에서 공지한이 눕는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잠시 후에야 뒤에서 그의 서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 나 이불 없는데요.”
그제야 임윤슬은 자신이 이불을 모두 돌돌 말아 가져가 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공지한은 러닝셔츠에 속옷만 걸친 채 침대 머리맡에 반쯤 기대어 있었다.
그런 공지한의 모습에 임윤슬은 순식간에 얼굴부터 귓불까지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다행히 불은 꺼져 있어서 쑥스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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