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7화
저녁 식사가 끝났을 때쯤, 허운재가 공붓벌레였다는 딱딱한 이미지가 모두에게 제대로 각인됐다.
오빠가 지금 경태에 살고 있지만 않았어도 임윤슬은 좋은 여자를 소개해 줬을 것이다. 결혼하면 분명 좋은 남편이 될 거라는 확신도 들었다.
월요일 아침, 공지한과 임윤슬은 각자 출근 준비에 쫓기고 있었다. 그 사이 허웅정과 박진주는 마지막 한 주만이라도 손주들을 직접 등, 하원시키겠다며 스스로 나섰다.
허운재는 딱히 할 일이 없던 참이라 자연스럽게 집안의 전용 운전기사가 됐다. 아침에는 아이들을 유치원까지 데려다주고 저녁에는 부모님을 태워 아이들을 데려오는 역할까지 맡았다. 정작 허운재 본인도 꽤 즐기는 눈치였다.
허웅정과 박진주는 마침내 오래 꿈꿔왔던 삶을 살게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박진주는 아이를 너무나도 예뻐했다. 다만 몸이 약해 임윤슬을 낳은 뒤로는 다시는 임신하지 못했다.
딸이 사라졌던 때도 박진주는 상심이 너무 큰 나머지 침대에서 한동안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했다. 그때 허웅정은 회사와 딸을 찾는 일에 매달리면서도 하루 종일 아내 곁을 지켜야 했다. 혹시라도 아내가 무너지지 않을까 두려워서였다. 어떻게든 버텨내고 살아남아 지금까지 온 것이었다.
경태에 있을 때는 동네 어르신들이 손주들을 품에 안고 다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몇 해 지나면 그 손주들이 또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고, 어르신들은 유치원 앞에 줄을 서면서 아이들을 기다리곤 했다.
박진주는 그런 어르신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 허웅정에게 자기도 유치원 앞에 줄 서서 손주를 기다려보고 싶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자 허웅정은 그 자리에서 이마를 짚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그 소원을 이루게 됐다. 딸 대신 손주들을 데리러 오려고 학교 앞에 줄을 서 있는 상상만 해도 박진주는 설레고 기대되었다.
그날 아침, 박진주와 허웅정은 평소보다 한참 일찍 일어나 서툰 솜씨로라도 아이들에게 아침을 챙겨주겠다고 부지런히 움직였다. 사실 할 일이라고는 냉동만두를 쪄내고 우유를 데우는 게 전부인데도 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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