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9화
지세원은 고개를 들어 공지한을 흘끔 바라봤다.
기억을 잃고 난 뒤 오히려 그가 더 편해진 것 같았다. 가벼운 농담도 하고 예전처럼 딱딱하게 굴지도 않았다.
예전에는 모두 함께 어울리자고 먼저 말 꺼내는 법도 없었다. 그저 임윤슬의 말을 듣고 사람들을 몇 번 집으로 초대한 게 다였다.
물론 유재윤은 예외였다. 원래도 장난기가 심해 혼나는 건 일쑤였다.
엘리베이터가 주차장에 도착하자 공주희는 자연스럽게 공지한의 차에 탔다. 공주희는 조수석 창문을 내리고 손을 흔들었다.
“세원 오빠, 내일 봐요.”
지세원도 가볍게 입꼬리를 올렸다.
“내일 봐.”
그러고서는 옆에 세워져 있던 차 문을 열고 조수석에 앉았다. 오늘은 본가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공지한의 차가 먼저 출발했고 지세원의 차가 뒤를 따랐다. 두 대의 스포츠카가 일렬로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지세원의 본가는 현재 그룹 본사에서 그리 멀지 않아 삼십 분도 안 돼 도착했다. 차를 주차해 놓은 뒤 문을 연 순간, 지세원은 그대로 굳어 섰다.
김시아가 어머니의 앞치마를 두른 채 방금 만든 요리를 들고 부엌에서 걸어 나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어서 한기영이 뒤따라 나왔다. 지세원을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왔구나, 세원아. 손 씻고 바로 밥 먹자.”
지세원은 눈살을 찌푸리며 김시아를 바라봤다. 그녀가 왜 여기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여기 있어요?”
김시아의 표정이 순간 굳어버렸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곤란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기영은 그 말이 못마땅한 듯 바로 나섰다.
“내가 시아한테 전화했거든. 전화를 받자마자 하던 일 멈추고 바로 와줬어. 오늘 하루 종일 마당에 있는 꽃들 다시 옮겨 심어주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너처럼 맨날 일 핑계 대는 애랑은 다르지.”
지세원은 아무 말 없이 겉옷을 걸어두고 식탁 쪽으로 걸어갔다. 한기영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시아는 참 얌전하고 성품도 좋아. 지난번에 네가 완자탕 좋아한다고 했더니 바로 배우러 다녔어. 오늘은 꼭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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