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4화
공주희는 흠칫하더니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정말 아무 일 없어요. 휴가 후유증 때문에 그래요. 쉬고 돌아오면 일하기 싫잖아요.”
“나도 그런 휴가 후유증 좀 걸렸으면 좋겠어요. 이 일 끝나면 나 부장님한테 딱 일주일은 쉴 수 있게 휴가 낼 거예요. 멀리 좀 놀러 가려고요.”
배수지는 공주희가 던진 화제를 자연스럽게 받아넘겼다.
공주희는 바인더를 들고 물었다.
“부장님 쪽 손님은 가셨어요?”
“아직이요. 아까 차 타서 들여보냈는데 한참 더 있을 거예요.”
배수지가 무심하게 답했다.
“그런데 왜요? 부장님 찾을 일 있어요?”
“아, 그게... 방금 진 대표님이 바쁘셔서요. 서류를 못 드리고 나와서 부장님께 말씀 좀 드리려고요. 이따가 부장님이 직접 올려다 드리면 될 것 같다고. 그리고 저, 생리 시작해서 좀 몸이 안 좋아요.”
공주희는 얼른 핑계를 지어냈다. 사실 핑계만은 아니었다. 아침에 생리 온 건 사실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위층에 가고 싶지 않았다.
배수지는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했다.
“난 또 뭐라고. 얼른 따뜻한 물이라도 좀 마셔요. 나 이거만 대충 마무리하면 대신 올려다 줄게요.”
공주희는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탕비실로 숨어들었다.
하루 종일 정신을 차릴 수 없어 업무는 손에 잡히지 않았다.
지세원과 김시아가 끌어안던 장면이 머릿속에서 잔상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언젠가 이날이 오리라 예상했지만 이토록 괴로울 줄은 몰랐다.
퇴근 시간이 되었을 때, 그녀는 축 처진 어깨로 가방을 메고 건물을 나섰다. 오늘은 저녁 식사를 만들 기운조차 없어서 밖에서 간단히 해결하고 돌아가려 했다.
고개를 숙인 채 발끝만 보며 인도를 걷는데 문득 앞쪽이 거대한 그림자에 가려지며 누군가 앞을 가로막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왼쪽으로 비키려 하자 상대도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피하려 하자 상대 역시 오른쪽으로 따라 움직였다.
공주희는 순간 짜증이 올라와 고개를 번쩍 들어 따지려 했다.
바로 그때, 강율의 청량하고 환한 미소가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
“누나, 퇴근했어요?”
강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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