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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3화

임윤슬이 샤워를 마치고 방으로 나오자 공지한은 이미 침대에 반쯤 기대 누워 있었다. 잠옷 단추 몇 개가 느슨하게 풀린 채였고 방 안은 조명이 꺼진 대신 침대 머리맡의 스탠드만 켜져 있었다. 그 은은한 빛이 방 전체를 은밀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임윤슬은 침대 위에 누워 있는 공지한의 모습에 순간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괜히 헛기침을 하고는 태연한 척 물었다. “침대 위에 있던 선물들은 다 정리했어요?” 공지한은 무심하게 고개를 들더니 깊은 눈빛으로 임윤슬을 바라봤다. “네, 우선 옷장에 넣어뒀어요. 내일 다시 정리하죠.” “그 많은 걸 여행 갈 때 들고 나갈 수도 없고. 고민이네요.” 임윤슬이 말했다. “민재한테 사람 보내라고 할게요. 그때 강진으로 먼저 보내면 되니 걱정하지 마요.” 값비싼 물건이 많아서 택배로 보내기에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래서 차라리 사람을 보내 직접 챙기는 게 나을 터였다. “그게 좋겠네요. 나도 아까부터 저 선물들을 어떻게 들고 갈지 걱정하고 있었어요. 택배로 보내는 것도 영 불안해서요.” 임윤슬은 안도의 웃음을 지었다. 고민거리 하나 해결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공지한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는 뭐든 나한테 말해요. 남편을 이럴 때 써먹지 않으면 언제 써먹어요.” 공지한이 스스로를 남편이라고 부른 건 처음이었다. 임윤슬은 부끄러워 귀까지 뜨거워졌지만 그 호칭이 싫지는 않았다. “고마워요, 우리 남편.” “감사 인사는 다른 걸로 받아도 되죠?” 공지한은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 방금 샤워를 마쳐 식어가던 열기가 그의 한마디에 임윤슬 얼굴로 다시 훅 치솟았다. 귓불까지 붉게 달아올랐다. “유, 유승이랑 유나 좀 보고 올게요.” 말을 마치자마자 임윤슬은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공지한이 이불을 걷어내더니 순식간에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애들은 벌써 자고 있어요. 그리고 처남이 잘 돌보고 있겠죠.” 임윤슬은 얼굴이 화끈거려 등을 돌린 채 있었다. 공지한의 체온과 향기가 너무 가까워져 숨이 절로 가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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