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9화
공주희는 욕실에서 그 옷을 갈아입고 거울 앞에 섰다. 민망할 정도로 짧은 치마를 보자 도저히 적응이 안 되고 마음이 불편해졌다. 한참을 쭈뼛거리며 밖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던 그때, 지예빈이 했던 말들이 뇌리를 스쳤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제대로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포기한다면 나중에 정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냐고 말이다. 만약 정말로 거절당한다면 그때는 미련 없이 마음을 접고 새로운 인연을 찾아 떠나면 그만이었다.
결심을 굳힌 공주희는 용기를 내어 욕실 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곧장 냉장고로 달려가 영어 라벨이 가득 붙은 양주 한 병을 꺼내 들었다. 그녀는 뚜껑을 따고 병째로 고개를 젖혀 술을 큼지막하게 들이켰다. 술기운이라도 빌려야 이 무모한 용기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연거푸 두 잔을 들이켜자 머리가 핑 돌기 시작했다. 정신이 아직 멀쩡할 때, 공주희는 떨리는 손으로 지세원에게 카톡을 보냈다.
[세원 오빠, 잠깐 제 방으로 와줄 수 있어요? 할 말이 있어요.]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그녀는 겁이 났는지 휴대폰을 테이블 위로 내던졌다. 여전히 밀려오는 두려움에 그녀는 다시 술병을 들고 남은 술을 꾸역꾸역 삼켰다.
지세원이 메시지를 확인한 건 10분 정도가 지난 뒤였다. 저녁 식사 후 방으로 돌아와 화상 회의를 마친 뒤 바로 샤워하러 들어갔던 탓에 제때 확인하지 못한 것이었다.
메시지를 보자마자 그는 젖은 머리를 말리지도 않고 대충 잠옷만 걸치고 방을 나섰다. 몇 걸음 옮겨 옆방 앞에 도착한 그가 초인종을 눌렀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마음이 급해진 지세원은 문을 두드리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외쳤다.
“주희야, 안에 있어?”
여러 번 두드려도 반응이 없자 그는 결국 직원을 불러왔다. 같이 체크인을 한 덕에 두 사람이 일행이라는 걸 알고 있던 프런트 직원은 지세원의 다급한 설명을 듣고 서둘러 마스터키를 챙겨왔다.
문이 열리자마자 슬리퍼를 신은 지세원이 방 안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카펫 위에 앉아 침대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있는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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