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화
임윤슬과 임유승이 임유나의 뒤를 따랐다.
“유나야, 천천히 가. 넘어지면 다쳐.”
임윤슬은 흥분한 딸의 뒷모습을 보며 다급히 당부했다.
임윤슬은 별장의 가구 배치를 보며 4년 전, 자신이 떠날 때와 달라진 게 없음을 발견했다. 뒷마당에 가니 자신이 심었던 꽃들이 누군가의 손길을 받은 듯 무성히 자라 화사하게 피어 있었다. 지난번엔 서둘러 왔다가 서둘러 떠나느라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모두 4년 전처럼 그대로 있다는 것에 임윤슬의 눈가가 순식간에 붉어졌다. 그때 등 뒤로 발소리가 들리더니, 공지한이 다가왔다.
“유나야, 유승아. 아빠가 너희 방 보여줄게. 오늘은 그냥 먼저 자고, 내일은 백화점에 가서 마음에 드는 가구 직접 골라서 새로 꾸며.”
공지한이 다가오자, 임윤슬은 황급히 고개를 돌려 자신의 흔들리는 감정을 감췄다.
“아빠, 전 오빠랑 엄마랑 같이 잘 거라서 따로 방 안 준비하셔도 돼요.”
임유나는 계속 엄마랑 같이 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자기 자식이 생겼다는 기쁨에 취해있던 공지한은 아이들이 자신과 아내를 빼앗을 줄 몰랐다.
“방은 준비해야지. 유나랑 오빠는 점점 자라잖아. 언제까지 엄마랑 잘 수는 없어. 이제 조금씩 독립하는 연습도 해야지. 앞으로는 각자 방에서 자도록 해.”
임유승은 별다른 이의가 없었다. 상남자는 혼자서도 잘 수 있어야 하니까.
“저는 구경은 할 거지만 제가 조금 더 크면 그때 엄마랑 따로 잘래요.”
임유나는 여자애라 담이 작아서 여전히 엄마 곁을 떠날 생각이 없었다. 엄마랑 자는 게 습관이 되기도 했고 말이다.
공지한이 임윤슬을 보자, 임윤슬은 난감하게 말했다.
“유나는 어릴 적부터 제 옆에서 자서 습관이 돼서 그래요. 아직은 어리니까 조금 더 크면 그때 가서 봐요.”
그러나 그녀는 아직도 공지한이 뭘 하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들을 데리고 집에 온 것까진 그렇다 치자. 그다음은? 소송해서 아이들의 양육권이라도 빼앗으려고? 그녀는 안유승과 안유나를 빼앗기면 자신이 어떻게 살아갈지 상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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