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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모두 기분이 좋았고, 식탁 위는 웃음이 넘쳐흘렀다. 두 아이는 사람을 잘 달래는 편이라 하루 내내 공대훈은 입을 다물 겨를도 없이 계속 웃었다. 진헌수와 김순자 둘 다 옆에서 감탄했다. 오래된 집안에서 이렇게 활기찬 모습을 본 지 정말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저녁 식사가 끝난 뒤, 공대훈은 공지한을 서재로 불렀다. 공대훈은 책상 뒤에 앉아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윤슬이도 돌아왔고 아이들도 이렇게 컸으니, 넌 그 뒤숭숭한 일들은 깨끗하게 정리하고 윤슬이와 잘 살아라.” “알겠습니다.” 공지한은 할아버지에게 말하는 동시에 스스로에게도 말하는 것 같았다. 그는 윤하영 쪽 일을 빨리 처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공대훈은 자신의 손자가 늘 이렇게 모든 일을 혼자 떠안고 말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더 많이 말하기도 싫었다. “나가.” 공지한이 나간 뒤, 공대훈은 임윤슬도 서재로 불렀다. 앞서 공지한을 대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윤슬아, 이 몇 년 동안 수고했어. 혼자서도 두 아이를 이렇게 잘 키웠구나.” “할아버지, 죄송해요. 제가 그때 작별 인사 없이 떠난 걸 원망하지 않으셨어요?” 그때 떠날 때, 임윤슬이 유일하게 죄책감을 느꼈던 건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가 너를 왜 원망해? 다 공지한 그 못된 놈의 잘못이지. 그놈이 이혼을 제안하지 않았더라면, 네가 먼저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라는 걸 알아.” 임윤슬은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너를 불렀던 건 네가 안심하길 바랐어. 할아버지는 언제나 네 편이야. 그 못된 놈이 너를 다시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난 그놈과 관계를 끊겠다.” “할아버지, 너무 화내지 마세요. 감정 문제는 억지로 할 수 없어요. 제가 두 아이 옆에 있을 수만 있으면 됩니다. 나머지는 지한 씨의 생각을 존중하겠습니다.” 공대훈은 임윤슬이 공지한에게 아직 감정이 남아 있다는 걸 눈치챘고, 공지한도 임윤슬과 다시 떨어지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았다. 공지한이 이번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는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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