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화
할아버지는 손자, 증손주들과 함께 구경을 갔는데 사실 집 안 구경은 금방 끝났다. 임유나는 주로 뒤뜰 그네를 타고 싶어 해서 공지한이 함께했고 공대훈은 임유승이 바둑을 잘 둔다는 말을 듣고 증손주를 데리고 바둑을 두러 갔다.
임윤슬은 두 아이가 각자 할 일을 하고 누군가 동반해 주는 걸 보고 예전에 공지한과 함께 살았던 방으로 올라갔다. 방 안은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었는데 진헌수의 말로 보아 공지한도 오랫동안 돌아와 살지 않은 듯했다.
그녀는 책장에서 [반생연]을 꺼냈다. 이 몇 년 동안 두 아이 돌보기, 디자인, 돈 벌기로 바빴는지 이렇게 편안히 앉아 책을 읽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책에 몰입해서 반쯤 읽었을 때 졸음이 쏟아져 소파에 기대어 잠들었다.
공지한이 방에 들어왔을 때 임윤슬이 소파에 누워 책을 안고 깊이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담요를 가져와 살짝 덮어주고 뒤돌아 나갔다. 임유나는 그가 내려오는 걸 보고 크게 외쳤다.
“아빠, 엄마 어디 있어요?”
“쉿, 엄마 잠들었어. 우리 증조할아버지랑 오빠 보러 갈까?”
“네!”
이때 김순자가 와서 공지한에게 저녁 준비를 언제 할지 묻자 공지한은 위층에서 잠들어 있는 임윤슬을 떠올리며 말했다.
“좀 늦게 준비해 주세요.”
공지한은 임유나를 데리고 공대훈의 서재로 갔는데, 임유승과 공대훈이 열심히 바둑을 두고 있었다. 공지한이 가까이 가서 바둑판을 살펴보니 임유승의 실력이 상당히 좋았다. 공대훈 같은 노련한 기사도 신중히 두어야 함정에 빠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누가 이겼어요?”
임유나가 궁금한 듯 물었다. 임유나는 평소 임유승이 바둑을 잘 두는 걸 알았다. 증조할아버지도 바둑을 잘 두는 것 같아서 결국 누가 이길지 궁금했다.
“하하하, 유승이 정말 잘해. 증조할아버지랑 유승이는 지금 3대3으로 비겼어.”
공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 증손주가 자신의 손자보다 더 뛰어난 것 같았다.
“그럼 이번 판에서 승부가 나는 거죠? 나도 옆에서 볼래요.”
말하며 임유나는 작은 의자를 가져와 옆에 앉았다. 공지한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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