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화
윤하영은 옆에서 굳은 채, 생각이 멈춰버렸다.
‘지한이가 두 아이의 존재를 알게 된 걸까? 그러면 윤슬 씨와 다시 만나는 걸까?’
최근 들어 전화를 걸면 받지 않거나, 겨우 두어 마디 건성으로 답하고는 금세 끊어버리던 그였다.
윤하영은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직접 확인해야만 했다.
옆에서 공주희는 묵묵히 자기 음식만 먹고 있었다.
윤하영은 정신을 다잡듯 숨을 고르더니, 이내 다시 평소의 우아한 얼굴을 되찾았다.
“저는 친구랑 약속 있어서 이만 갈게요.”
“네.”
공주희는 시큰둥하게 손만 휘저었다.
윤하영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현재 그룹 본사로 향했다.
집무실 앞에 선 그녀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문을 밀어젖혔다.
“지한아, 역시 여기 있었구나. 네 비서가 막더라. 근데 그냥 들어왔어.”
뒤따라 들어온 양정혜가 황급히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제가 하영 씨를 막지 못했습니다.”
공지한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괜찮습니다. 제가 들어오게 하라고 했어요. 나가 보셔도 돼요.”
그 순간, 왠지 모르게 윤하영의 등골을 차가운 기운이 스쳐 갔다.
‘혹시... 윤슬 씨가 돌아온 건가? 정말 둘이 다시 이어진 걸까?’
“지한아, 요즘 많이 바빠?”
그녀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응.”
공지한은 짧게 대답하곤 다시 서류에 시선을 떨구었다.
윤하영은 맞은편에서 망설였다. 차마 그와 임윤슬이 다시 함께하는지 직접 묻지 못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공지한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할 말이 있어서 온 거야?”
“아, 음... 별일은 아니야.”
윤하영은 당황한 듯 두 손을 꼭 모았다.
공지한은 이번엔 시선을 들어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
“요즘 어떻게 지내?”
“나? 그냥... 친구들 만나고, 미용실 다니고... 별다른 건 없어.”
그의 눈빛과 닿는 순간, 윤하영은 모든 비밀이 발각된 듯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얼마 전, 그녀는 서민욱에게서 지시를 받았다.
경태시에서 온 고위 임원에게 접근해, 그가 지닌 USB 속 기밀 자료를 빼내라는 명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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