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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6장 한번 뵐 수 있을까요?

한재민의 목소리는 여전히 다정하고 부드러웠다. “배 대표님 아드님 수술이 이미 끝났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시간이 있으시겠죠?” “죄송하지만 저도 아직 연락을 받은 게 없어서요.” 나는 배진욱의 집안 사정까지는 잘 알지 못했는데, 한재민이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재민이 협업을 하고 싶은 거라면 왜 굳이 우리 두 사람과 협업하려는 거지? 그에게 프로젝트 방안이 있다면 직접 안정재를 찾아가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가 갖고 있는 카드로 거래하면 안후 그룹은 물론이고 프로젝트도 따낼 수 있다. 심지어는 안민혁을 당분간 안후 그룹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한재민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가요? 두 사람이 계속 연락하고 있는 줄 알았어요.” “생각해 보니 그렇네요. 그때 그렇게 쉽게 배 대표님을 버릴 수 있었으면 지금도 강희주 씨 눈에는 안 대표님밖에 없는 거겠죠?” 한재민의 말은 확실히 선을 넘는 발언이었다. 나와 배진욱 사이에 일은 한재민은 물론이고 서유나도 함부로 입에 올리지 못한다. 그때 일은 솔직히 누가 틀리고 맞는지 더는 따질 수 없게 되었고 우리 두 사람도 많은 걸 내려놓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그들이 우리에 대해 함부로 평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한재민과 안미현 사이에 일을 떠올리자 나는 순간 그가 자신을 배진욱에게 감정이입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편단심 첫사랑 여자 친구만 바라봤는데, 결국은 배신을 당한 순정남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다만 그때 나는 확실히 병 때문에 곧 죽어 갈 상황이었고, 안미현은 집으로 돌아와 정략결혼을 했어야만 했다. 우리 두 사람 다 다른 원인을 갖고 있었지만 결국 결과는 같았다. 자신의 남자 친구를 배신 했다는 거다. 그러면 한재민이 처음부터 나를 찾아왔던 게 어느 정도 납득이 되었다. 나에게도 그의 분노를 어느 정도 짊어지라는 건가? 그가 나에게 나쁜 마음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더는 그와 쓸데없는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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