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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4장 만남

내가 멍하니 서 있자 서정철이 피식 웃었다. “강희주 씨도 봤죠? 내 손녀랑 아주 닮았잖아요. 원래는 저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희주 씨처럼 성형한 거예요.” “갓 성인이 됐을 때부터 성형했어요. 아무리 말려도 안 들으니 나중에 고생이라도 덜 하게 차라리 좋은 의사 몇 명을 붙여줬어요.” 손녀에 대한 어르신의 사랑에 난 조금 충격을 받았다. 내리사랑이라는 말도 있으니 손녀를 예뻐하는 것도 지극히 정상이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는가. “사실 유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배진욱을 만났어요. 배진욱이 유나를 구한 적 있거든요. 배진욱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서유나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누군가에게 돈을 갈취당한 적 있는데 배진욱이 그녀를구했다. 그냥 뻔한 스토리이다. 도움을 받은 소녀는 자신을 구해준 오빠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의 가정 환경이 안 좋은 걸 알고 가족에게 오빠를 지원해달라고 했다. 다만 두 사람은 한 번도 만난 적 없다. 서유나는 자신감이 없는 성격에 평소 부끄러움을 많이 타 그냥 묵묵히 배진욱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리고 그 감정이 사랑이란 걸 느낀 뒤는 배진욱의 곁에 내가 있었다. “그때의 유나는 자폐증과 비슷했어요. 의사는 그냥 의심이 될뿐 그렇게 심한 경우가아니라 해외에서 치료받으면 된다고 했었어요.” “다만 해외로 가기 전에 두 사람의 학교로 자주 찾아갔어요. 두 사람의 모습을 몰래지켜보고는 두 사랑의 사랑을 부러워했죠. 배진욱은 강희주 씨 같은 여자만 사랑한다고 하더군요.” “강희주 씨는 좋은 사람이라 배진욱이 희주 씨를 좋아하는 게 당연하죠. 하지만 내손녀는...” 서정철은 눈물을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배진욱이 유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 알아요. 근데 그 바보 같은 녀석이 이미 임신까지 해버렸어요. 좀...” 그는 끝까지 말할 수가 없었다. 더 얘기했다가 체면을 완전히 버리는 격이니. 하지만 끝까지 얘기하지 않아도 서유나에게 양보해 달라는 뜻이라는 걸 알 수가 있어 난 고개를 저었다. “어르신, 오해하신 거예요. 저 배진욱과 끝났어요.”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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