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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0장 사정

얘기를 끝내고 배진욱은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자리를 떠나기 전 배진욱은 내일이면 자신의 성의를 볼 수 있을 거라 말했다. 회사에 도착하자 안준혁이 내 사무실 안에서 비서들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게 보였다. “그렇죠? 이렇게 대단한 제수씨가 있으니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 “로아 대표님은 에덴국 사람이라고 했던가요? 아아, 부모님이 에덴국 사람인 게 아니라 그쪽 국적만 있는 거군요.” “그리고 소연이랑 동창이라고 하던데 전에 들어본 적이 없어서...” 가벼운 대화 같지만, 사실 나에 대한 정보를 캐려는 의도임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안으로 들어서자 안준혁은 당당하게 내게 인사를 건넸다. “로아 대표님, 영업팀 서류에 사인 부탁드려요. 따로 할 일이 없어서 제가 직접 올라왔어요.” 난 고개를 끄덕이며 사무실 책상으로 걸어갔다. 내가 사인을 해야만 하는 서류인 건 맞았으나 굳이 이사님이 직접 찾아올만한 사안은 아니었다. 난 펜을 들어 사인을 하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다음엔 비서를 시켜 올려보내세요. 직접 올라오실 필요 없어요.” 안준혁은 손을 휘휘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비서가 로아 씨 칭찬을 얼마나 하던지. 그리고 입사하고 벌써 여러 명이나 해고했다면서요. 다들 로아 씨 무서워하던데.” “그래서 제가 우리 제수씨 착한 사람이라고, 안씨 가문 사람들이 잘못해서 해고된 거라고 대신 말해줬어요.” 겉보기엔 날 응원하는 말 같아도 사실 안준혁이 늘 본사 일에 관심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난 말없이 사인을 하고 문서를 건넸다. 그러나 안준혁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내 사무실을 둘러봤다. 정확히는 안민혁의 사무실 말이다. “민혁이 취향은 참 독특해요. 누가 봤으면 이 사무실 주인이 환갑 지난 어르신인 줄 알겠어요!” “제수씨는 우리 민혁이를 어디에서 만난 거예요? 대체 우리 민혁이 성격을 어떻게 받아낸 거예요?” 안준혁은 내 신분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아 보였다. 안민혁에게 대단한 아내가 생긴다면 안준혁에게 주어질 기회도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안준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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