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5장 로아일 수밖에 없다
말을 마친 안정재는 고개를 숙여 물을 마실뿐 더는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나도 그 말의 뜻을 눈치챘다. 나를 의심하고 있는 거다.
안정재 말이 틀린 건 아니다. 안민혁은 나에게 위임장을 써줬고 임시 대표로 나를 임명했다. 심지어는 지분도 나에게 나눠줬다.
내가 임시 대표직을 맡은 기간에 안씨 가문에 이변이 생긴다면 그때는 임시 대표인 내가 대의를 결정할 권리를 갖게 된다.
내 손에는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몇 개나 있고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도 있어서 안후 그룹 일부를 컨트롤하는 데는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오늘 갑작스럽게 나타난 것도, 상대방이 약을 탈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도 다 수상하게 느껴질 만하다.
나는 잠시 두 눈을 감고 마인드컨트롤을 하고 다시 눈을 떴다.
“어르신, 어르신은 제가 강희주라는 거 알고 계시잖아요. 저를 무너뜨리기에는 그것 하나면 충분해요. 안 그래요?”
“오빠가 나를 좋아하고 지금 내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은 오빠뿐이에요. 오빠가 없으면, 안씨 가문이 없으면 저도 끈 떨어진 연인걸요.”
지금 여기서 감정 운운하는 건 더는 의미가 없다. 서로의 이익, 얻는 것과 잃는 것에서부터 접근해야 한다.
나는 강희주다. 안정재가 안다는 건 안씨 가문에서도 알고 있다는 거다.
그들이 내 약점을 쥐고 있는 한 내가 안후 그룹을 가지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나는 안씨 가문 사람이 아니라 결국 나에게 떨어지는 건 지분 몇 주뿐이다. 그깟 돈을 위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모험을 한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안정재는 나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 그제야 의심을 거둔 듯 물었다.
“그럼 로아 너는 누구라고 생각하니?”
“안준혁 씨요.”
내 말에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 그런데도 나는 안준혁의 이름을 말했다.
안준혁이 나타난 건 다소 의외였다. 하지만 그간 아무 말 없이 참아오던 그가 이렇게 갑자기 조급해진 데는 분명 다른 이유가 있다.
안정재의 두 눈은 깊고 진했으며 나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내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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