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4장 약을 타다
서유나는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배진욱을 따라 회사 로비를 나갔다. 그리고 나는 제자리에 서서 당황한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배진욱 휴대폰에 비밀번호를 입력했고 놀랍게도 배진욱은 몇 년간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았다.
비밀번호는 우리 두 사람의 결혼기념일이다.
나는 다시 두 눈을 감았다. 어지러운 머릿속이 더 복잡해진 기분이다.
일부러 그런 건지 아니면 귀찮아서 그런 건지 모르지만 나도 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안민혁은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고 안석민은 급히 출국했다. 안소연도 에덴국에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을 거다.
지금 여기서 결정권을 가질 수 있는 사람 모두 여기를 떠나거나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상태다.
그때 나는 뭔가 생각났고 급히 동하린에게 전화를 걸었다.
“동 비서님, 기사님을 1층 로비로 보내줘요. 잠시 외출해야겠어요.”
“믿을만한 사람 몇 명 보내서 오빠를 지켜줘요. 아니면 동 비서님이 직접 가서 오빠를 지키는 게 좋겠어요. 회사에는 제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안씨 가문에서 대의를 결정할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 다른 친지들도 의견을 제출할 수는 있지만 실권은 없다. 그렇다면 지금 유일하게 이 상황을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 안정재뿐이다.
나는 계속 불길한 예감이 들었고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도착했을 때 안정재는 마침 꽃에 물을 주고 있었다.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안정재는 이상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출근도 안 하나? 여기까지 어쩐 일이야?”
나는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마침 도우미가 차를 내오고 있었다.
차를 따르고 있는 도우미는 스무 살 정도 돼 보이는 젊은 아가씨였고 그간 몇 번이나 안정재를 찾아뵈러 왔었지만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이다.
그녀는 공손한 태도로 차와 찻잔을 가지런히 세팅하고 차를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주체할 수 없이 떨고 있는 그녀의 손과 입술이 똑똑히 보였다.
나는 바로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손목을 확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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