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9장 나를 도와줘
배진욱의 얼굴이 순간 긴장으로 굳어졌다.
“언제 일어난 일이야?”
그는 말하면서 전화를 집어 들고 번호를 눌렀다.
“도망갔다고? 어떻게 일을 이렇게 처리해?”
“모든 사람을 다 보내서 찾아. 찾지 못하면 다들 돌아올 생각하지 마!”
“아니. 당장은 경찰에 신고하지 마. 내가 사람을 보내서 찾을 테니까.”
그의 얼굴은 얼음판처럼 차가웠고 주변의 기압이 몇 도나 낮아진 듯했다.
서유나는 옆에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약간 당황한 눈빛으로 나와 배진욱을 번갈아 보았다.
배진욱은 깊게 숨을 들이쉰 후에야 나를 돌아보았다.
“여기 있었어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건 너무나도 명백하지 않은가.
“무슨 일이에요? 또 입원한 거예요? 상태가 안 좋아요?”
그는 내 머리를 만지려고 손을 뻗었지만 나는 급히 고개를 돌렸다.
“내 몸은 이렇다 치고 다들 할 일이 있는 것 같으니 가봐요. 간병인이 곧 올 거예요.”
나는 배진욱과 엮이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그와 엮이기만 하면 항상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 같았다.
서유나는 나를 집으로 데려다주겠다고 제안했지만 나는 급히 사양했다.
그러나 배진욱이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가 로아 씨를 병실로 데려다 줘. 나는 최지연을 찾으러 갈게.”
그는 끝으로 나를 지긋이 바라본 후에야 떠났다.
서유나는 숨을 깊게 들이키더니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말했다.
“바람이 차니까 제가 로아 씨를 데려다 줄게요.”
그녀는 마음이 불편한 것이 분명했다. 어느 여자가 자기 남자친구가 전처에게 이렇게 다정한 것을 보고 기뻐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나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설명하면 할수록 상황이 나빠질까 봐 두려웠다.
병실로 돌아와 유지호를 보자 서유나는 내가 정말로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지호는 서유나를 보고 잠시 멈칫하다가 말했다.
“로아 씨 여동생이 있었어요?”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 대신 물었다.
“병실 점검은 끝났는데 무슨 일이에요?”
유지호는 서유나를 더 이상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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