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7화
공항, 계류장.
휙휙 하는 바람소리와 함께 개인 비행기 한대가 천천히 착지하더니 문이 열리면서 훤칠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건장한 몸매에 완벽한 비율, 셔츠 스타일은 심플했고 단추가 몇 개 열려져 있어 정교한 쇄골과 튼튼한 가슴을 드러냈다.
남자의 눈 밑에는 아직 다크서클이 걸려 있었고 턱에도 수염이 튀어나와 딱 봐도 푹 쉬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러나 의기소침해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약간 우울해 보였다.
단지 여기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으로 하여금 눈을 뗄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었는데, 승무원들은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는 그의 얼굴을 보며 눈이 하트 모양으로 변했지만 섣불리 접근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남자의 눈빛은 무척 차가웠고, 온몸에서 차가운 기운을 뿜어내며 낯선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대표님, 죄송합니다, 저쪽에서 차가 좀 막혔습니다."
기사는 공항에 와서 은수를 마중하러 왔는데, 그의 이런 모습을 보고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은수는 눈살을 찌푸리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차에 올라 수현의 위치를 찾아보라고 했다. 그녀가 병원에 있다고 하자 남자는 즉시 차갑게 기사에게 분부했다.
"이 병원으로 가."
"예, 대표님."
차에 탄 은수는 바깥의 눈부신 햇빛을 보고 선글라스를 꺼내 썼다.
어제 미자와 두 아이를 데리고 돌아간 다음 은수는 즉시 그들을 잘 안정시키고 가장 빠른 속도로 돌아오려고 했다.
그러나 미자는 자꾸 의심을 한데다 또 국제 항공 때문에 병까지 나서 며칠 지체하다 지금은 가까스로 안정됐기에 이 틈을 타서 은수는 얼른 개인 비행기를 배치하여 돌아왔다.
비록 수현은 줄곧 그가 혜정을 방문하러 갈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그를 좀 멀리 떨어지게 했지만, 전에 필경 혜정의 많은 보살핌을 받았기에 은수는 자연히 그럴 수 없었다.
더군다나…... 그도 수현의 근황을 알고 싶었다.
은수의 표정은 말할 수 없이 복잡했다. 비록 그와 수현은 이미 이렇게 어색한 지경에 이르렀지만, 그녀를 자신의 생활에서 쫓아낼 때, 그는 비로소 자신의 마음이 텅 비었다고 느꼈다. 마치 무언가가 빠져 큰 구멍이 생긴 것처럼, 아무리 해도 메울 수 없었다.
그는 수현이 최근 잘 지내고 있는지에 대해 알고 싶을 뿐 다른 생각은 없었다.
......
수현이 은택의 병실을 찾아 안으로 들어갈 때, 은택은 고개를 숙여 노트북을 보고 있었는데, 누가 왔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수현은 그의 옆모습을 보았고, 여전히 은서와 비슷했다. 만약 이 얼굴만 아니었다면 그녀도 그렇게 쉽게 경계심을 내려놓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은비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장악하는 면에서 정말 공을 들였다.
"에헴."
수현이 헛기침을 하자 은택은 그제야 자신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고개를 들었다. 수현이 온 것을 보고 그는 먼저 멈칫하다 곧 어색하게 웃었다.
"수...... 아니다, 아가씨, 왔어?"
은택은 얼른 손에 든 컴퓨터를 한쪽에 두었다. 그도 수현이 호의적으로 그녀를 모함한 장본인인 그를 병문안 하러 오지 않았을 것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마, 할 말이 있어서 찾아왔겠지?’
"응, 내가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왔어. 쓸데없는 소리 하지 않을게. 너랑 유은비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전에 나보고 너의 어머니를 잘 돌보라고 했는데, 설마 너에게 무슨 말 못할 고충이 있고, 그녀에게 협박이라도 받은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