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9화
기사는 수현이 이렇게 돌진할 줄은 몰라 마음속으로 깜짝 놀랐고 은수도 깜짝 놀랐다.
"방향 돌려!"
남자의 명령에 당황한 기사는 얼른 방향을 돌려 다른 쪽으로 향했다.
결국 차는 수현의 몸을 스치며 지나갔고 그녀는 부딪히지 않았지만 강한 기류에 이끌려 바닥에 넘어졌다.
은수의 차는 강제로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한쪽의 가드레일을 들이받았지만 차 속도가 빠르지 않아 큰 문제가 없었다.
수현은 땅에 넘어지며 마음속으로도 다소 두려움을 느꼈다. 그녀는 방금 잠시 흥분해서 은수를 막고 떠나지 말라고, 적어도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들어보라고 말하려 했지만 하마터면 차에 치여 날아갈 뻔할 줄이야.
수현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일어서서 재빨리 이 기회를 틈타 은수를 막으려고 했지만 금방 일어나려 할 때, 발목에 강한 통증이 전해오더니 그녀는 똑바로 서지도 못한 채 다시 넘어졌다.
방금 그녀는 다행히 차에 부딪히지 않았지만 넘어질 때 발목을 삐여 지금 심하게 아팠다.
수현은 몇 번 시도했지만 일어서지 못했고 온몸에 먼지가 묻어 유난히 낭패해 보였다.
은수도 방금 전의 의외에 깜짝 놀랐다. 남자는 냉정을 되찾은 뒤 차 창을 내려 수현이 바닥에 앉아 다소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은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 여자는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
"대표님, 내려가시겠습니까?"
기사도 수현의 그 모습을 보고 간담이 서늘했다. 다행히 그는 반응이 비교적 빨라 제때에 차의 방향을 바꾸었고, 이 차의 성능도 좋아서 큰 사고를 초래하지 않았다.
은수는 정신을 차리며 냉담한 웃음을 자아냈다.
"그 여자가 스스로 달려와 차에 부딪혔으니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겠어. 이만 운전해."
말이 끝나자 남자는 차 창을 올리며 더 이상 수현을 보지 않았다.
그녀가 정말 다쳤는지, 아니면 단지 이런 수단으로 연기해서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하려는 건지 누가 알겠는가.
은수의 명령을 받고 기사도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바로 차를 몰고 이곳을 떠났다.
수현은 가까스로 발목을 삔 심한 통증을 참으며 일어나 은수의 차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지만, 그가 뒷좌석에 앉아 훌쩍 떠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은수는 그녀에게 머물 기색이 전혀 없는 희미한 그림자만 남겼다.
수현은 그가 떠나는 것을 이렇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아무런 방법도 없었다.
이렇게 제자리에 있다가 얼마나 지났는지 주차장의 경비원이 나와 순시할 때, 그제야 바닥에 넘어진 수현을 보았다.
그는 재빨리 사람을 부축했다.
"이봐요, 괜찮으세요?"
수현은 몸이 지저분해서 유난히 낭패해 보였다. 게다가 거의 하루 동안 밥을 먹지 않아 그녀는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침침했다.
"괜찮아요…..."
수현은 고개를 저으며 고맙다는 말을 한 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앉아 가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지금 이 꼴이 됐으니 혼자 집에 돌아가기도 어려울 것 같아서 가연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다.
가연은 수현이 귀국해서 그녀를 데리러 가라는 말을 듣고 두말없이 승낙했다.
대략 10여 분이 지난 후, 가연은 수현이 말한 위치에 도착했고 차에서 내리자 그녀는 계단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수현을 보았다.
가연은 깜짝 놀랐다. 그때 수현의 어머니가 아플 때조차도 가연은 그녀가 이렇게 무기력한 모습을 드러낸 것을 본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