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0화
"수현아, 너 왜 그래? 빨리 일어나."
가연은 빨리 앞으로 다가가 그녀를 부축했고 그제야 수현의 바지가 찢어지고 무릎에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안색은 새하얗고 핏기가 전혀 없었다.
가연이 그녀에게 묻는 말조차도 그녀는 마치 듣지 못한 것처럼 대답하지 않았다.
가연은 어쩔 수 없이 먼저 수현을 부축한 다음 차에 태울 수밖에 없었다. 수현의 몸은 아무 차가웠고 아마 밖에서 오랫동안 서 있었을 것이다.
가연은 엄청 힘겹게 수현을 차에 태웠고, 재빨리 기사더러 운전하라고 하고는 그녀를 데려다주었다.
차에 탄 가연은 수현의 손을 잡고 그녀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수현아, 너 도대체 왜 그래, 귀국할 생각이 없다고 했잖아, 왜 갑자기…..."
수현의 공허한 눈동자가 움직였다.
"가연아, 유담이가 급성 백혈병에 걸렸는데, 적합한 골수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냥 돌아와서 온은수를 찾을 수밖에 없었어."
최근에 수현은 너무 바빴고 또 그녀가 걱정할까 봐 가연에게 말하지 않았다. 지금은 숨길 필요도 없었다.
"뭐? 유담이가......"
가연도 깜짝 놀랐다. 수현은 아직 그녀에게 이 일을 말하지 않았다.
"그럼 온은수 씨는 뭐래? 돕고 싶지 않대?"
가연은 수현이 또 자극을 받을까 봐 유담이의 병을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아마도 나를 탓하고 있는 것 같아."
수현은 한숨을 쉬며 떠나기 전에 발생한 일을 가연에게 모두 말했다.
그 일들을 안 가연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일이 발생한 것도 그냥 운명의 장난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수현이 미자의 핍박을 받아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할 수밖에 없을 때, 또 어떻게 유담이가 이렇게 병이 날 줄 알았겠는가.
그러나 하필이면 이 병을 고치려면 또 은수의 도움이 필요했다.
가연도 마음속으로 매우 조급해했다. 유담이도 그녀의 양아들이었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우선 수현을 냉정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수현아, 이 일은 너무 서두르면 안 돼. 일단 돌아가서 네 상처를 처리한 다음 다시 천천히 방법을 생각해 보자. 우리 함께 생각하면 꼭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수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가연은 그녀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어 푹 쉬게 했다.
수현은 피곤함에 눈을 감았다. 오늘 하루 내내 그녀는 정말 피곤했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비할 데 없이 피곤했다.
그녀는 원래 국내로 돌아오면 적어도 은수와 얘기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남자의 반응이 이렇게 매정할 줄은 몰랐다.
......
기사는 차를 몰고 은수를 온가네 본가로 데려다주었다.
은수는 창밖의 풍경을 보고 있었지만 마음은 더없이 초조했다.
머릿속에는 방금 수현의 그 낭패한 모습을 떠올리며 아무리 해도 지워지지 않았다.
그는 심지어 기사더러 돌아가서 그 빌어먹을 여자를 부축하고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은수는 이를 악물고 이런 터무니없는 생각을 참았다.
집에 도착한 후, 은수는 차에서 내려 차 문을 세게 내팽개치고는 즉시 욕실로 달려갔다.
남자는 수도꼭지를 틀고 차가운 물에 그의 머리카락과 옷을 흠뻑 적셨다.
차가운 느낌은 그의 머리를 좀 식혔고, 그날 큰비에 흠뻑 젖은 후 추위에 온몸을 떨었던 느낌을 회상하게 했다.
그녀는 떠나려고 했고, 그는 버려진 사람에 불과했으니 그녀를 불쌍하게 여길 필요가 없었다.
설사 정말 무슨 일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수현의 업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