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누가 마음대로 내 물건에 손대라고 했어!”
눈이 벌게진 진소희는 목걸이를 빼앗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상대는 날렵하게 몸을 피해버렸다.
“이 목걸이를 말하는 거야? 정말 첫눈에 반했어. 준서 씨도 내가 좋아하니까 보상 차원에서 준다면서 나에게 줬어.”
“그럴 리가 없어!”
진소희는 단호하게 그 말을 부정했다.
고준서는 그녀가 부모님의 유품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모를 리 없었다. 설령 주유린을 위해 그녀를 혼내주려 해도 이런 일로 장난칠 사람이 아니었다.
주유린은 진소희의 반응이 매우 마음에 드는 듯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
“믿지 못하겠으면 직접 준서 씨에게 물어보든가. 진소희, 너는 나를 이길 수 없어. 스스로 물러나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내가 또 무슨 짓을 할지 장담할 수 없으니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병실 문이 열렸다.
주유린을 본 고준서는 눈빛이 순간 흔들렸지만 금세 평정을 되찾더니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나가.”
주유린은 망설임 없이 진소희를 향해 도발적인 눈빛을 날린 뒤 몸을 돌려 사라졌다.
그녀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진소희는 메마른 목소리로 고준서에게 물었다.
“준서야, 왜... 왜 하필 그 목걸이를 주유린에게 줬어? 그게 우리 엄마 유품인 걸 너도 알면서!”
감정이 격해지자 상처 난 몸이 함께 아파지기 시작했다. 그 고통에 진소희는 제대로 앉아 있지 못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고준서는 여전히 아무 일도 아닌 듯 태연하게 웃으며 그녀의 귀밑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 넘기며 말했다.
“네가 사과할 마음이 없으니, 내가 대신 보상이라도 해야지. 너도 요 며칠 꽤 고생했잖아. 이번 일은 이렇게 지나가자. 목걸이 하나 가지고 그렇게 화낼 필요 없어. 앞으로 네가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새로 사줄게.”
그의 목소리는 유난히 부드러웠다. 그 말투는 오로지 그녀를 위한 배려인 듯한 어조로 가득했다.
하지만 진소희에게는 오로지 역겹게만 느껴졌다. 가슴이 산산조각 난 유리 조각처럼 찢어지는 듯했다.
‘정말 고준서가 주유린에게 준 것이었어.’
이 순간 그녀는 과거의 그 고준서는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녀는 온 힘을 다해 고개를 돌려 그의 손길을 뿌리치고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안돼. 그건 내 거야. 네가 대신 다른 사람에게 줄 권한은 없어.”
표정이 순간 굳어버린 고준서는 그녀를 오랫동안 응시하더니 허탈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화났어? 내가 새로 사준다고 했잖아. 네 엄마도 분명...”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고준서의 비서가 문을 열고 들어와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님, 큰일 났어요! 주유린 씨가 옥상에서 뛰어내리려고 해요!”
고준서가 즉시 말을 멈추고 발걸음을 돌리려는 순간 비서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주유린 씨가... 사모님 때문이라면서...”
고준서는 발걸음을 멈추더니 몸을 돌려 진소희를 노려보았다. 방금 전의 다정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채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방금 주유린에게 무슨 말을 했어?”
고준서의 눈빛은 어두웠지만 조바심에 그녀의 대답을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소희도 데려와.”
그는 한마디만 남긴 채 재빨리 옥상으로 달려 올라갔다.
진소희가 옥상으로 끌려 올라갔을 때 이미 위아래로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상황을 파악한 순간 진소희는 주유린이 했던 그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이게 바로 그녀가 하려던 일이었구나.’
옥상 난간 근처에서 주유린은 그 목걸이를 꽉 쥔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준서 씨, 진소희 씨가 목걸이를 내놓지 않으면... 나를 임 대표님 침대에서 죽게 만들겠다고 협박했어요. 하지만 이건 준서 씨가 준 목걸이인데... 어떻게 내놓을 수가...”
고준서는 서둘러 그녀를 달랬다.
“소희는 감히 그럴 수 없어! 내가 있잖아! 내가 너를 지켜줄게! 제발 내려와 줘!”
진소희는 이 광경을 보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건 주유린 때문이 아니라 허공에 흔들리고 있던 그 진주 목걸이 때문이었다.
그녀는 발걸음을 재빨리 내디디며 앞으로 달려가 주유린을 응시했다.
“죽고 싶으면 죽어도 되지만 목걸이는 내놔!”
그러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주유린은 마치 매우 놀란 듯 발걸음이 비틀거리더니 손에 쥐고 있던 목걸이가 아래층으로 떨어져 버렸다.
산산조각 나는 소리가 진소희의 귓가를 때리자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이 백지처럼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려 아래층으로 내려가 목걸이를 주우려 했지만 고준서가 그녀를 꽉 붙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