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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진소희, 한 사람의 목숨이 달린 문제야. 어떻게 투신하려는 사람을 그런 말로 자극할 수 있어? 사람 목숨이 그렇게 하찮아 보여?” 진소희는 혐오 가득한 눈빛으로 고준서를 노려보았다. “손 놔!” 그 눈빛에 놀란 고준서는 순간 심장이 멈춘 듯했다. 하지만 곧바로 주유린이 흐느끼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준서 씨, 진소희 씨를 건드리지 말라고 해서 조용히 살았는데... 왜 진소희 씨는 저에게 이런 짓을 하는 거죠? 조용히 살고 싶을 뿐인데... 사과 한 번 받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요? 제 집안이 미천하다는 이유로... 저는 당연히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 건가요...” 주유린은 목메어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부끄러움과 분노에 발걸음이 다시 난간 쪽으로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고준서도 지난 일이 떠오르자 잠시 누그러졌던 마음이 다시 단단하게 굳어졌다. 그는 주유린이 휘청거리며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자 안절부절못하며 눈까지 빨개졌다. “움직이지 마! 내가 소희에게 사과하라고 할게. 무릎 꿇고 머리 조아리게 해도 되니까, 제발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마.” 주유린은 그제야 발걸음을 멈추더니 흐느끼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이에요?” “정말이야!” 고준서는 조금이라도 늦으면 그녀가 뛰어내릴까 봐 재빨리 대답했다. 그는 빠르게 발로 진소희의 무릎을 걷어찼다. “흡!” 아직 낫지도 않은 무릎에 다시 무거운 충격이 가해지자 진소희는 고통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녀가 막 일어서려는 순간 고준서가 그녀를 거세게 땅바닥에 누르며 말했다. “소희야, 사과해.” 진소희는 그의 이 한마디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주위 사람들의 경멸 어린 시선이 마치 화살처럼 그녀를 관통했다. 엄청난 굴욕감이 마음을 가득 메우자 진소희는 사나운 눈빛으로 고준서를 응시했다. “고준서, 나는 그런 말 한 적도, 그런 일 한 적도 없어. 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는 거야? 너는 내가 네 아내라는 사실을 이미 잊었어?” 10년 동안 사랑해 오면서 그녀가 이렇게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순간 멍해진 고준서는 손에 가했던 힘을 살짝 뺐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사람들 속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주유린이 한 발을 난간 밖으로 내민 것이었다. 고준서는 즉시 정신을 차렸다. “소희야, 이건 사람의 목숨이야. 지금 이 상황에서도 너는 고집을 부릴 셈이야?” 그의 눈빛은 차갑고 단호했으며 말투에는 비난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어서 그는 비서에게 그녀를 눌러서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았던 진소희는 저항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그녀는 오직 반복해서 처절하게 외칠 수밖에 없었다. “준서야, 너 나한테 이러면 안 돼...” 그러나 고준서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오로지 애처로운 눈빛으로 주유린을 달래며 내려오라고 했다. 주유린이 마침내 내려오기로 마음먹었을 때쯤 진소희의 시야는 이미 새빨간 핏발로 가려져 있었다. 비서가 헝겊 조각을 버리듯 그녀를 내던지자 사람들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그녀를 피해 돌아섰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은 다른 여자를 품에 안은 채 그녀를 스쳐 지나갔다. 이 순간 진소희는 고준서가 죽을 듯이 미웠다. “고준서, 나는 평생... 너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 고준서는 그녀의 말에 걸음을 멈췄다.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스치고 지나갔지만 붙잡기도 전에 사라져 버렸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비서에게 그녀를 병실로 데려가라고 지시한 뒤 더 이상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비서가 그녀를 일으켜 세우려고 하자 그녀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먼저 가세요. 저 혼자 있고 싶어요.” 비서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그녀의 뜻을 따랐다. 바닥에 오랫동안 누워있은 후 진소희는 몸을 일으켜 옥상을 향해 걸어갔다. 여기저기 흩어져 산산조각 난 목걸이를 내려다보며 그녀의 마음도 마치 심연으로 추락하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주저 없이 강명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주머니, 계획을 앞당겨 주실 수 있나요?” “쳇!” 전화 너머에서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거절하지는 않았다. 10분 후 차 한 대가 병원 정문에 멈춰 섰다. 20분 후 한적한 오솔길에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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