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순식간에 빨개진 원아의 얼굴

“누가 보냈는지 모르겠어.”원아는 다시 한번 말했다. 그는 이강의 상처받은 눈빛을 보고 싶지 않았고 자신의 인생이 더 이상 불안해지는 것이 싫었다. 그러나 이강은“누가 보냈는지 모른다는 게 말이 돼? 내가 바보인 줄 알아? 귀국한지 일 주일도 안 되었는데, 다른 남자가 생겼다니, 만약 정당한 관계라면 어떤 남자가 항공으로 꽃을 보내겠어?”라는 눈빛으로 원아를 쏘아보았다. 원아는 그의 이런 눈빛을 참을 수 없어서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담담한 말투로 출근하겠다고 말하고는 지하철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는 이 꽃다발을 누가 보냈는지 확실히 몰랐다. 이강은 거리 건너편으로 향하는 원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고는 이를 악물고 옆의 가로등을 주먹으로 쳤다. 뼈가 부서지는 것 같았지만 그를 진정시키지 못했다. 보아하니 그녀와 결혼해야만 안정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지하철을 타고 회사로 가는 길에 그녀는 많은 생각에 잠겼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는 가장 의심스러운 한 사람이 있었지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H 시에 있을 때, 문소남이 한밤중에 그녀의 핸드폰에 전화를 한 적이 있었는데 회장님으로서 그녀의 핸드폰과 주소를 정확하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은 너무도 쉬운 일이었다. 원아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 이 강한테서 온 문자였다. “미안해, 방금 내가 너무 충동적이었어. 너를 잃을까 봐 너무 두려웠어. 화내지 말고 만나서 얘기해.” 이강은 연속적으로 많은 문자를 보내왔다. 원아는 처음부터 답장을 하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애인한테 의심을 받는 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점심, 이연은 식당에서 도시락을 들고 원아 옆으로 다가와“오빠가 그러는데, 질투가 나서 너를 화나게 해서 미안하다고 전해주래, 그리고 자기 대신 너를 달래 달라고 했어”라고 말했다. 원아는 고개를 숙여 밥을 먹으며 대꾸하지 않았다. “원아야, 오빠를 좀 이해해 주면 안돼?”이연은 웃음을 참으면서“오빠가 너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어? 질투하는 것도 너를 사랑해서 그러는 거야. 오빠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아마 모를 거야!나와 우리 엄마 아빠보다 너를 더 소중하게 여길 걸, 너는 오빠 마음속의 보배야.”라고 말했다. 원아는 이연의 말을 듣고 화가 반쯤 풀렸다. 사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봐도 만약 한 여자가 자기 몰래 이강에게 선물을 줬는데 자기랑 부딪히면 그녀도 아마 의심할 수 있을 것이었다. …… 오후, 디자인 부장의 사무실 문은 계속 열려 있었다. 원아는 물 마시러 가면서 자주 지나쳤다. “누가 올라가서 물건 좀 갖다 줄래요?”부장이 고개도 들지 않고 물었다. “제가 갈게요.”또 한 번 지나가던 원아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동료들은 모두 그녀를 고마워하면서 바라보았다. 모두 자기의 일이 있으니 원아가 여러 가지 잡일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것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아했다. “이번에 또 회장님 사무실에 보낼 물건이 있습니다.” 원아가 기다렸던 기회가 왔다. 회장님 사무실로 들어온 원아는 도면을 내려놓고 나가지 않았다. “또 무슨 일 있어요?”문소 남는 고개를 들지 않고 손가락으로 책상 위에 펼쳐진 큼직한 도면을 펼쳐보았다. 일에 열중하는 남자는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원아는 한 마디 내던지며 문소남을 살짝 떠보았다. 따라서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원아야, 너 뭐 하는 짓이야, 만약 사람을 잘못 짚었다면 넌 이젠 끝이야.”라며 속으로 자신한테 말했다. 뜻밖에도 문소남은 도면 위에 놓여있던 두 손을 멈추고 그녀를 올려다보더니“은인을 정확히 찾을 수 있어서 참 좋아요, 생각보다 멍청하지 않고 총명한데요.”라며 말했다. “…”원아는 어이가 없었다. “멍청하지 않다고?” “생각보다?” 물론 회장님의 이런 표현은 중요하지 않았다. 원아는”회장님이 왜 저한테 이런 선물들을 보내왔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물었다. “원아씨는 지난번에 원원이랑 훈이를 돌보았고 저희한테 침대까지 내주었는데, 그 정도쯤이야 해줄 수 있어요, 그리고 내가 아니었다면 당신도 감기에 걸리지 않았을 거예요.”라고 당연하듯이 말했다. 원아는 어리둥절해 했다. H 시에서 그녀는 감기에 걸리고 나서 문소난과 5분도 안되게 접촉했었는데 과연 그는 어떻게 그녀가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까? “감사합니다.”원아는 궁색한 표정을 지으며“보답은 이미 이걸로 충분했어요, 더 이상 선물을 안 보내줘도 됩니다. 회장님을 위해 뭔가를 분담하는 것은 우리 직원들이 응당해야 할 일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녀의 말은 서먹서먹하고 낯설었다. 문소남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고는 표정이 어두워지면서“누가 선물을 더 준다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원아의 뺨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그녀는 단지 회장님이 물건을 더 보내실까 봐 걱정해서 한 말인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다른 일 없으시면 저 먼저 내려갈게요.”원아는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잠깐만.”뒤에서 회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아는 가슴이 철렁거렸다. “방금 나를 위해 일을 분담하는게 직원으로서 응당해야 할 일이라고 했지요?”문소남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원아는 당황해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문소남은 테이블 위에 놓인 책 몇 권과 만화 도면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두 아이의 책가위를 씌우라고 말했다. “책가위?”원아는 책상 위를 바라보았다. “내가 하는 일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하세요.”문소남은 말을 마치고 다시 집중하여 도면을 보면서 일에 집중했다. 원아는 어쩔 수 없이 테이블 쪽으로 걸어가 보니 문원원의 이름이 적힌 책 두 권과 문훈아의 이름이 적힌 책 두 권이 있었다. 책가위를 씌우는 일은 몇 년째 안 해서 원아는 학교 때의 기억을 되새기며 종이를 자르고 접기 시작했다. 오래 만에 하다 보니 솜씨가 서툴렀고 종이를 낭비할 것 같앗다. “저기요...” 원아는 회장이 그의 일을 방해하지 말라던 말에 다시 입을 다물었다. 문소남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원아는 작은 얼굴을 들고 그와 눈을 마주치더니 고개를 숙이며“캐릭터 페이퍼…제가 한 장을 망가뜨려서 모자라요…”라고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으며 그를 쳐다보지도 못하는 행동은 마치 겁먹은 고양이 마냥 귀여웠다. 문소남은 “괜찮아요, 여기 많아요.”라고 말했다. 원아는 한숨 돌리고 책상 밑에 놓인 캐릭터 종이 더미를 한눈에 보고 가지러 갔다. 모두 동준 비서님이 까다로운 두 꼬마를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원아가 쪼그리고 앉아 고르다가 스펀지 캐릭터 색종이 한 장에 그녀의 눈길이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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