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이강의 멸시

A 시로 돌아오니 벌써 아침이었다. 김훈은 회사에서 파견한 벤틀리를 회사로 돌려보내야 했다. 주소은과 원아는 차에서 내렸다. 한편 이강은 원아의 캐리어를 내려주며“먼저 집에 데려다줄 테니 푹 자고 저녁에 다시 찾아올게.”라고 말했다. 원아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캐리어를 밀고 동료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택시를 불렀다. 이강은 차가 없어서 너무 불편하다면서 내일 차를 사러 가겠다고 했다 원아는 졸리고 피곤해하면서 택시를 기다렸다, 택시가 도착하기 전에 이강의 휴대전화가 먼저 울렸다. “전화 좀 받을게.”이강은 핸드폰을 들고 원아에게 말했다. 이강은 얼굴을 찌푸리고는 상대방에게“네, 금방 갈게요.”라고 말했다. “무슨 일 있어?”원아는 그를 보면서 물었다. “응, 우리 팀 팀장이야, 오전에 팀원들이 다 모여서 회의한다고 했어,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다음 방안을 논의하자고 전화 왔어.”이 강은 골머리를 앓는 듯 말하고 있는데 빈 택시 한 대가 달려왔다. 원아는 택시를 바라보며 그의 손에 있던 캐리어를 받아 쥐고는“얼른 가봐, 나 혼자 집에 갈수 있어.”라고 말했다. 남자 친구로서 출장 다녀온 여자 친구를 집에 데려다주지 못한 것에 미안했다. 원아는 택시를 타고 눈을 감고 있다가 기사님의 도착했다는 말에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뜨고 택시에서 내렸다.. 감기 기운이 있는지 몸이 아주 불편했다. A 시를 떠나 5년 동안 독립생활을 하다 보니 감기 따위는 그녀에게 있어서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결국 여자라서 남자친구한테서 관심받기를 원했다. 그러나 이강은 그녀가 감기에 걸린 것 조차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1박 2일 동안 집을 비워두었던 원아는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소파에 누웠다가 일어나 보니 몸 상태가 더 안 좋아졌다. 힘겹게 일어나 감기약과 해열제를 찾아서 물을 마시려고 하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원아는 수화기를 누르고 “누구 새요?”라고 물었다. 이연과 이강 말고는 원아의 주소지를 아무도 몰랐다. “안녕하세요, 원 아가씨, 저는 동네 병원에서 왔어요, 누군가가 주사 서비스를 불러주셨어요.”문밖에는 흰 가운을 입은 여자 의사였고 약 상자를 어깨에 메고 있었다. 원아는 잠시 생각했다. “설마 이강이 부른 걸까?” 이강은 그녀가 감기에 걸린 것을 알아차렸던 것일까?. 지금 상태의 원아로서는 주사가 아니라 감기약 한 알이라도 그녀를 감동시키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었다. 주사를 맞고 나서 한참 뒤 배달원이 왔다. 원아는 힘겹게 문을 열어보니 일반 배달음식이 아닌 진수성찬이었다. “싸인 부탁드립니다.”배달을 온 남녀가 의아한 눈길로 원아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원아는 평범한 동네에 살고 있어서 이처럼 진수성찬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민망스러웠다.. 진수성찬을 앞에 두고 원아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강은 부유한 집안이 아니어서 적당한 소비는 할 수 있어도 오늘 같은 진수성찬은 부담되어했다. 하지만 배달이 도착했으니까 먹어주는 것이 우선이었다. 비록 아프고 입맛이 없었지만 그녀는 열심히 먹었다. 환자를 위한 영양 있는 음식이었다. 점심을 먹고 방을 치운 뒤 원아는 이강에게 문자를 보냈다. “고마워.”라고 세 글자만 보냈다. “뭐가 고마워?”이강이 물었다. 원아는 잠시 얼버무리다가 애인 사이에 고맙다는 말이 거리감을 느낀다고 생각하고는“그래도 고마워.”라고 답장을 보냈다. 이강의 문자는 한참 뒤에야 왔다. “갑자기 왜 이렇게 감성적이야?” 감성이 아니라 감동이었다. 아빠는 다른 모녀에게 빼앗겼고, 다른 친척들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는 것을 원아는 알고 있었으며 세상에서 가장 외로웠다. 지금 그녀를 따뜻하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이연, 이 강 남매뿐이었다. 이강은 저녁에 그녀를 보러 오겠다고 했는데 일이 생겨서 올 수 없다고 했다. 원아는 이강을 위해 차려놓은 밥상을 아무 말 없이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다음 날 아침, 이강이 운전하고 원아를 데리러 왔다. 원아가 차에 타고 감기 때문에 심한 콧소리를 내자 이강은 그녀를 보면서“감기 걸렸어?”라고 말했다. 원아는 안전벨트를 하면서 고개를 돌려 운전석의 이강을 바라보았다. 이강은 손을 그녀의 이마에 가져다 대더니“조금만 기다려, 약 사러 갔다 올게.”라며 차에서 내려 약을 사러 달려갔다. 이강의 말을 듣고 난 원아는 어제 주사와 음식을 보내준 사람은 그가 아니란 것을 확신했으며 이연 일수도 없었다! 이연은 일이 바빠서 정신이 없었다, A 시로 돌아온 뒤 원아는 이연에게 방해될까 봐 일부러 말을 하지 않았다. 이때 가방에 넣어둔 핸드폰이“윙윙”하면서 진동했다. 원아는 핸드폰을 꺼냈는데 모르는 번호였다. “여보세요, 누구세요?”원아는 말했다. “원 아가씨, 택배가 왔는데요 싸인해 주셔야 해요. 초인종을 눌렀는데 집에 없는 것 같아서 전화드린 거예요.”남자 배달원이 큰 소리로 말했다. “선물이요?”원아는 밖을 내다보면서“제가 지금 대문 앞에 있어요.”라고 하면서 안전벨트를 풀고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2분 뒤, 녹색 조끼를 입은 배달원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원아에게 꽃다발을 건네면서 “원 아가씨, 오늘 아침에 항공으로 전달 되어 온 꽃인데 싸인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이 꽃은 누가 선물한 거예요?”원아는 매우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누가 선물했는지 알아야만 했다. “항공으로 보내왔다면 대체 얼마예요?” 배달원은 웃으며“미안하지만 업무상 알려드릴 수 없어요, 저희는 배송만 하면 임무 완성이에요.”라고 말했다. 한 다발의 생화를 원아의 손에 쥐여주고는 배달원이 차를 몰고 떠났다. 꽃다발은 예쁘고 단아했지만 감상할 기분이 아니어서 원아는 그 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원아야,누구야?”이강의 목소리가 그녀의 뒤에서 들려왔다. 원아가 돌아서는 순간 예쁜 꽃과 이강의 어두운 표정이 비교되었다. “누가 보냈는지 모르겠어.”원아는 이강이 오해할까 봐 먼저 말했다. “모른다고?”이강은 원아를 똑바로 바라보다가 무표정한 얼굴로“항공으로 배달 온 생화라니, 정말 낭만적이고 돈 많은 사람이군!”이라며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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