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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성빈이는 어디 있어?” 한가을은 분노를 꾹 눌러 담은 채 물었다. “언니가 아내 아니에요? 자기 남편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저한테 묻는 거예요?” 김은주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덧붙였다. “아니면... 지금은 오빠가 언니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건가?”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그 노골적인 도발은 주변의 시선을 끌어모으기에 충분했다. 회사 안에는 한가을을 알아보는 오래된 직원들도 많았다. 그들은 각기 다른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배성빈은 그동안 아내를 각별히 아끼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지금 회사 한복판에서 소위 말하는 ‘내연녀가 대놓고 본처를 도발하는 장면’이 벌어지고 있다. 더구나 김은주가 과거 한가을이 후원하던 학생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의 표정은 더욱 미묘해졌다. “오빠가 뭐 하는지 모르시면 제가 알려드릴게요. 지금 점심시간이라 쉬고 있어요. 원래는 저랑 같이 있었는데 제 친구들이 쇼핑 가자고 해서 잠깐 내려온 거예요.” 김은주는 무심한 척 목에 걸린 목걸이를 만졌다. 한가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목덜미로 향했다. 옷깃 사이로 희미하게 남은 키스 마크가 그대로 드러났다. “별일 없으면 언니는 돌아가세요. 오빠, 지금은 언니 보고 싶어 하지 않아요. 혹시 나중에라도 보고 싶어지면... 제가 대신 전해드릴게요.” 그 순간 한가을은 꾹 눌러왔던 분노를 참지 못하고 김은주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찰싹! 순간 로비 전체에 웅성거림이 물결처럼 번져 나왔다. 김은주는 멍한 얼굴로 고개를 한쪽으로 꺾은 채 바닥만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곁눈질로 무언가를 본 그녀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가을 언니... 제가 다 잘못했어요! 그러니까 제발... 오빠한테 더 이상 화내지 마세요!” 한가을이 그녀의 반응에 연기 그만하라고 말하려던 순간 배성빈이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급히 달려왔다. “은주야!” “성빈아, 나...” 한가을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는 그녀를 확 밀쳐냈다. “한가을! 제발 그만 좀 해! 여기 회사야! 집에서 아직도 모자라서 이제는 전 직원 앞에서까지 난리 치는 거야? 온 세상이 네가 미쳤다는 걸 알아야 속이 시원해?” 중심을 잃고 바닥에 넘어진 한가을은 숨이 턱 막히는 통증에 몸을 웅크렸다. 하지만 배성빈은 그녀를 단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는 곧장 김은주 곁으로 가 그녀의 얼굴을 조심스레 받쳐 들었다. “아파?” 김은주는 눈물로 젖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파요... 불어줘요.” 배성빈은 망설임도 없이 그녀의 뺨을 향해 바람을 불었다. 그의 목소리는 믿기지 않을 만큼 다정했다.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 가을이랑은 가까이하지 말라고.” 김은주는 그의 품에 파고들며 고개를 저었다. “오빠, 가을 언니 탓하지 마요.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괜히 언니를 화나게 했어요...” 배성빈은 그녀를 안아 올리며 주변을 향해 소리쳤다. “다들 뭐 하는 거야? 얼른 돌아가서 일해!” 사람들은 눈치를 보며 하나둘 흩어졌다. 이내 그의 시선이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한가을에게로 떨어졌다. 마치 완전히 남이 된 사람을 바라보는 듯한 그 눈빛은 한가을이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차가움이었다. 그녀는 그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내며 몸이 서서히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언젠가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아끼던 그의 모습은 이제는 손에 닿지 않는 기억이 되어 있었다. 잠시 후 배성빈은 한가을에게 다가와 그녀를 거칠게 끌어올렸다. 그 동작엔 조금의 배려도 담겨 있지 않았다. “사무실로 가서 얘기해.” 한가을은 비틀거리며 그의 손을 떼어내려 애썼다. “여기서 말해.” “한가을, 내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어. 지금 네 모습... 정말 실망스러워. 완전히 미친 사람 같아.” “미친 사람?” 한가을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웃음이 새어 나오더니 끝내 울음으로 무너졌다. “네 입에서 그런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네. 나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그럼 너희가 한 짓들은 뭐야? 그렇게 더러운 짓을 할 땐 지금 이 상황이 올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어?” “그만해! 도대체 뭘 원하길래 이러는 거야?!” 한가을은 그를 바라보다가 가방에서 서류 한 장을 꺼냈다. “이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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