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2화
최재현은 얼굴을 굳혔다.
“그 여자 얘기는 그만 꺼내.”
그의 목소리에 스민 혐오를 느낀 정수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린 뒤, 고개를 숙이며 입가의 옅은 웃음을 감췄다.
운전석의 남문수는 백미러로 뒷좌석을 흘끗 보다가 속으로 서늘함을 느꼈다.
‘대표님은 왜 정수아 씨 말을 모조리 믿으시는 거지?’
한편, 정서연 쪽 차에 막 올라타자마자 이유현이 못마땅한 듯 말을 꺼냈다.
“서연아, 너 왜 그래? 요즘 왜 이렇게 예민해졌어? 아까는 내가 네 편 들어줬잖아. 그런데도 나를 탓해?”
꾸짖으려던 건 아니었지만, 그 어조는 듣는 이를 충분히 불편하게 했다.
정서연은 유리창 너머 도로만 바라보며 묵묵히 운전했다.
“보니까 수아가 꽤 착하더라. 네가 말하던 만큼 속이 꼬인 애는 아니야. 그 애가 아니었으면 나는 지금도 최재현이랑 말싸움 중이었을걸.”
이유현은 시선을 거두며 투덜댔다. 그 말투는 정서연의 심기를 건드리려는 듯했다.
계속 침묵하던 정서연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식당에서 했던 말은 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해. 못 들은 셈 쳐.”
뜬금없는 한마디에 차 안 공기가 즉시 얼어붙었다.
“너 무슨 뜻이야?”
이유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나 돌아오자마자 너를 찾았잖아. 네가 나한테 얼마나 중요한 동생인지 너도 아는데, 지금 그렇게 말하면 내 마음이 안 아플까?”
그 말에 정서연의 마음 한구석에 옅은 죄책감이 스며들었다. 그녀 역시 이유현과 기싸움 중이었다.
믿을 수 없게도, 정수아를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녀의 편에 서는 듯했다. 최재현도, 황슬혜도, 그리고 이유현마저... 상황이 그런 지경까지 이르렀다면 정서연은 인연을 끊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유현의 말은 정서연으로 하여금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마음이 조금 약해진 그녀는 설명하려고 입술을 달싹였지만, 이유현이 먼저 말을 이었다.
“수아는 너처럼 안 그래. 너는 하루 종일 수아 욕만 하잖아. 그런데 내가 보기에 너야말로 사리 분별도 못 하고, 도와주는 사람한테까지 차갑게 군다니까?”
불평을 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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