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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이유현과 그 남자가 어떤 눈빛으로 보든 그녀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유현아, 여기서 잠깐 기다리고 있어. 화장실 다녀올게. 경찰이 오면 나한테 전화해. 이 여자한테 오늘 무조건 본때를 보여줘야겠어.” 그 남자가 급히 자리를 떠나도 정서연은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이유현이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왜 나한테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건데? 난 네 오빠야. 원수가 아니라.” “어떤 오빠가 무턱대고 나를 의심해? 나를 도와주는데 조건이 필요해?” 정서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이야.” “무슨 말인지 잘 알 거 아니야.” 그녀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정씨 가문에 이미 다녀왔을 거야. 아까 차에서 내려서 침묵을 지키는 순간 난 오빠가 정씨 가문의 편에 서 있다는 걸 알았어.” “정서연, 도대체 왜 이래? 난 널 도와주고 싶은데 그냥 어릴 때처럼 나한테 부드럽게 애교를 부려주면 안 되냐고.” 정서연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유현 씨,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해? 그쪽이 내놓은 요구가 적절하다고 생각해? 그리고 난 정수아가 아니니까 다시는 그런 무리한 요구하지 마.” 그녀는 배상할 돈이 없는 건 아니었다. 오늘은 확실히 운전에 집중하지 못해서 이런 일이 일어난 거니까 그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었다. 차가운 표정으로 멀게만 느껴지는 정서연을 바라보며 이유현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박경희랑 정태석이 한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서연이 이제는 차가운 사람으로 변했다는 말을 말이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속상하잖아.” 이유현이 점점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난 정말 이해가 안 돼. 분명 한 가족인데 왜 하필 수아랑 싸우는 거야.” “이해가 안 되면 이해하지 마. 오빠한테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으니까. 제발 오빠 생각대로 남을 평가하지 마.” 이유현은 얼굴을 붉히며 화를 냈다. “수아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계속 이렇게 고집부리면서 집요하게 몰아붙여. 이러면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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