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1화

정서연은 추지훈을 바라보며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었다. “여전하네요. 늘 사람을 놀라게 하는 걸 좋아하잖아요. 외국에서 오랫동안 의사 생활을 했으니 그런 습관쯤은 버렸을 줄 알았죠.” 추지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내가 그런가요?” 정서연은 가볍게 헛기침하며 말을 이었다. “조금 과하게 말했나 싶긴 한데요, 민 여사님과의 관계를 숨긴 것도 결국 오늘 이렇게 갑자기 제 앞에 나타나기 위한 포석이었던 거 아닌가요?” 추지훈은 순간 속마음을 들킨 듯 시선을 피하며 곧장 답하지 않았다. 대신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랜만에 보는데, 서연 씨는 여전히 날 궁금해하네요.” 그들 사이를 미묘한 분위기가 감쌌다. 정서연은 그런 기류를 느낀 듯, 조심스레 손을 빼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추지훈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내 착각이 아니라면, 아까 서연 씨, 민 여사님 앞에서 좀 긴장하신 것 같던데요?” 그는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정서연은 기구를 정리하며 짧게 웃었다. “두려운 게 아니라 존경하는 거죠. 워낙 대단하신 분이니까요.” “뭐, 그렇긴 하죠. 그분 눈빛 하나에 위축될 사람이 서연 씨는 아니지만.” 추지훈의 말끝에는 담담한 웃음기가 묻어 있었다. 결코 조롱이 아닌 오히려 다정한 인정이었다. 정서연은 물건을 챙기며 그를 바라보았다. “제가요? 그런데 아까 보니까, 민 여사님이 친척이라던데요?” 추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정서연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네. 혈연관계가 있는 건 아니에요. 외할머니가 어릴 때 데려와 키우셨거든요.” 정서연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말요? 그 말씀을 들으니 민 여사님이 더 대단해 보이네요.” 추지훈은 그녀의 생기 넘치는 표정을 바라보다가, 눈가에 서린 미미한 냉기가 서서히 풀어지는 걸 느꼈다. “맞아요. 이모는 정말 대단한 분이에요. 그래서 이번 병세로 인해 위에서도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죠. 강성 최고 전문가들이 모인 연구팀까지 만들어졌다면서요?” 정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