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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정서연은 결국 참지 못하고 분노를 터뜨렸다. “그만해. 여기서 괜히 시비 걸지 말고 그냥 지나가. 난 방금 당신 못 본 걸로 할 테니, 당신도 나 못 본 척 지나가면 서로 좋잖아?” 그녀의 차갑고 무심한 말투는 날카로운 칼처럼 최재현의 가슴 깊이 상처를 냈다. 하필이면 다른 남자 앞에서 그에게 이토록 매정하게 말하는 그녀였다. 마음이 아픈 건 아니었지만 설명하기 힘든 씁쓸함과 불쾌감이 최재현을 분노로 몰아갔다. “당신...” 최재현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종업원이 서둘러 달려와 테이블 사이를 가로막으며 공손히 말했다. “선생님, 사모님이 전화로 예약한 별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제가 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정서연이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셋이 한 가족이라도 된 거야? 그런데 왜 굳이 여기까지 와서 추태를 부리는 거지?” 그녀의 한마디가 순식간에 사람들 마음속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옆에 앉아 있던 추지훈은 흥미로운 듯 미소를 띠며 상황을 지켜보았고 최재현은 잠시 흥분을 억누른 후 싸늘하고 거만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반면 정수아는 당황한 듯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채 눈물까지 글썽이며 급히 해명했다. “언니, 오해야! 식당에서 무슨 착오가 있었던 거야. 내가 예약할 때는 분명...”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최예준이 어린아이 특유의 맑고 높은 목소리로 외쳤다. “이모가 내 엄마야! 우리는 셋이서 가족이 맞아! 이모는 나를 돌보고 걱정해 주는데 엄마는 나한테 신경도 안 쓰고 낯선 아저씨랑 데이트만 하잖아! 그러니까 엄마는 이제 내 엄마 아니야!” 그 순간 주변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정서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최예준을 바라보았다. 아이가 어리기에 쉽게 마음이 흔들리고 다른 사람에게 쉽게 넘어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식으로 자신을 공격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최재현이든 정수아든, 심지어 부모님과 이유현조차도 그녀를 이렇게 상처 입히지는 못했다. 그러나 아이의 그 한마디는 달랐다. 정서연은 떨리는 입술로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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