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6화
“걔들이 알고 싶어 하는 건 진실이 아니에요. 제가 고개를 숙이고 잘못했다는 걸 인정하기를 바랄 뿐이고, 자신들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정서연은 씁쓸하게 웃으며 몸을 곧게 세우고 추지훈의 팔을 붙잡았다.
“그러니까 아무리 말을 더 주고받아도 결국 헛수고일 뿐이에요.”
추지훈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잘생긴 두 눈썹이 이미 잔뜩 찌푸려 있었다.
그는 입을 열었다가 위로와 설득의 말이 모두 목에 걸려 버렸다.
정서연이 정말 싸우는 법을 배워 다시 최씨 가문, 그리고 최재현 곁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걸까?
아니다.
옆으로 내려져 있던 추지훈의 손은 저도 모르게 주먹이 되었다. 설령 정서연이 이번에 이긴다고 해도 또다시 불구덩이 속으로 돌아가는 것에 불과하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정서연은 모든 걸 포기하고 최씨 가문의 사모가 될 사람이 아니다. 그녀는 의료계에서 성과를 내어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니까.
사랑 문제에 갇혀 최재현의 곁에 나타나는 여자들과 끝없이 머리싸움을 벌이며 무의미한 일에 힘을 소모하는 여자가 되어서는 안 됐다.
추지훈은 입술을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렇게 할게요.”
정서연은 그에게 고마운 눈길을 보내며 다시 환하게 웃었다.
“이제 가요. 우선 밥부터 먹죠. 지금쯤 식당에는 먹을 만한 게 별로 없을 거예요.”
작은 소동은 그녀에게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은 듯했다.
점심을 먹은 뒤, 정서연은 진도윤과 추지훈도 함께 세미나 후속 치료 방안을 논의했다.
오봉구 사건 탓에 지난번 회의 후에는 회식에 가지 못했는데, 치료 방안을 다듬은 뒤 진도윤은 저녁에 선배 몇 분을 모아 다시 식사 자리를 갖자고 제안했다.
“그 일이 파장이 큰 건 알지만 아직 오봉구를 경찰이 못 찾았어. 그렇다고 세미나 보고를 계속 미룰 수는 없잖아.”
회식도 서로 호흡을 맞추는 방법 중 하나였다. 여러 팀이 함께 움직이는 난치 사례에는 특히 도움이 된다.
정서연은 이런 방식을 싫어하지 않았고, 추지훈도 분위기에 따랐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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