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5화
정수아가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며 바로 말했다.
“혜연 씨가 예준이 데리러 갔어.”
최재현은 그녀를 힐끗 보기만 하고 말이 없었다.
정수아는 침대 곁으로 가서 꽃다발을 머리맡에 내려놓았다.
“언니가 백합 좋아하잖아.”
그녀는 정서연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아쉽게도 언니는 다시는 이렇게 예쁜 꽃을 못 보겠지. 향기만이라도 맡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최재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아직 깨어날 가능성 있어.”
“내가 말이 지나쳤네.”
정수아가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근데 이렇게 오래 깨어나지 않으니까, 혹시...”
그녀는 말을 흐리며 최재현을 올려다봤다.
“무슨 말 하려는 거야?”
최재현의 눈빛이 차갑게 그녀를 향했다.
정수아는 입술을 깨물더니 순식간에 눈가가 붉어졌다.
“언니가 나를 많이 오해하기는 해도, 그래도 난 언니가 걱정돼.”
최재현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희망은 있어. 너무 걱정하지 마.”
“그래?”
그녀는 얼굴에 비통함을 띠었지만 속으로는 이미 웃음이 터졌다.
정수아는 고개를 숙여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힘겹게 눌렀다.
‘이렇게 존엄 없이 살아가도 상관없잖아. 식물인간이 나보다 나을 수 있을까?’
“오빠도 너무 슬퍼하지 마. 언니는 복이 많은 사람이야. 어릴 때부터 운이 좋았잖아. 분명히 깨어날 거야.”
정수아의 손이 최재현의 어깨에 얹히며 그의 몸 가까이로 다가갔다.
그녀는 걱정하는 척 떠보며 정서연의 실제 상태를 캐냈다.
‘역시 정서연은 정말로 못 깨어날 수도 있구나.’
최재현 특유의 우드 향이 코끝을 파고들자, 그녀는 그 냄새를 탐하듯 들이마셨다.
‘그럼 최재현은 온전히 나 혼자만의 사람이 되는 거야!’
하지만 최재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정수아가 다가선 것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정서연만 똑바로 보았다. 정수아의 말을 인정하지 않는 눈빛이었다.
최재현이 걱정하면 할수록 정수아는 더 기뻤다.
다음 날 아침, 최재현은 늘 그렇듯 병원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복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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