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2화
차 문이 닫히자 정서연은 맞은편에 세워 둔 밴을 향해 천천히 걸었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추지훈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 번 노려본 최재현은 곧 그녀의 뒤를 따랐다.
“여기서 얘기해.”
밴 앞에 다다르기도 전에 정서연이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 말했다.
최재현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이혼해.”
짧고도 간결한 한마디였다.
“그동안 어쩔 수 없이 미뤄졌지만 이젠 내가 깨어났으니 다시 제대로 생각해 볼 때가 된 것 같아.”
최재현의 숨이 순간 멎었다. 그녀의 얼굴에 드리운 싸늘한 무표정과 흔들림 없는 침착함을 마주한 순간, 누군가 심장을 거칠게 움켜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정서연은 농담을 하는 것도 홧김에 객기를 부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내일로 날짜를 잡으려고 해. 이번엔 꼭 나오길 바라.”
주도권이 순식간에 넘어가자 최재현은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다. 늘 자신이 그녀를 내려다본다고 믿었는데 언제부턴가 그 시선이 같은 높이로 낮아져 있었다. 아니, 이미 자신이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는 정서연이 잠시 심통을 부리는 것이라 여겨 왔고 이혼하러 갔던 그날에도 정말로 그녀가 떠나려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고작 한 달 남짓한 사이, 너무 많은 일이 벌어졌다.
그 모든 사건이 그가 익숙하게 믿어 온 것들을 송두리째 뒤집어놓았다.
정서연은 그가 억지로 새장에 가두어 기를 수 있는 새가 아니었다. 최씨 가문은 물론 심지어 아들조차도 그녀를 붙잡아 둘 수 없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달라졌는지 그는 알지 못했지만 분명한 건 이제 그녀의 눈빛엔 더 이상 자신을 향한 사랑도 비위를 맞추려는 태도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잠깐만!”
돌아서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는 끝내 참지 못하고 불렀다.
“정말 진심이야? 아이까지 포기하겠다는 거야?”
이미 여러 번 되풀이된 질문이었다. 아직도 믿기지 않았기에 그는 마치 그녀의 결심을 시험하듯 물었다.
“내가 예준이를 원한다고 해서 당신이 내게 줄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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