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1화
최재현만 그 장면을 본 게 아니었다.
정수아 역시 눈치채는 순간,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
짧은 CCTV 영상 속, 놀이하던 두 사람의 모습이 마주 보이는 거울에 고스란히 비쳤다.
화면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정수아의 반쯤 드러난 얼굴과 놀란 듯한 제스처, 그리고 최예준의 행동은 누구라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또렷했다.
영상이 시작되자, 정수아는 자신의 엉덩이 아래로 블록 하나를 슬쩍 밀어 넣었다.
그러고는 능청스럽게 최예준에게 찾아보라며 유도했다.
최예준은 잠깐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블록을 찾지 못했고 정수아는 치맛단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녀의 입꼬리가 거울 속 턱선 위로 살짝 올라가는 것까지 그대로 담겼다.
그 동작을 보고도 최예준은 바로 뛰어들지 못하고 한두 초 정도 망설였다.
그러다 정수아가 다시 한번 손짓하자, 그제야 아이는 소파에서 벌떡 뛰어내리며 그녀의 치마를 들쳐 올렸다.
“보라색이야!”
만약 그 방에 거울이 없었다면 두 사람의 행동은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었다.
정수아의 손짓은 단순히 치마를 정리하는 움직임으로 보였을 테고 블록을 숨긴 사실조차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블록을 찾아야 한다'라는 지시에 충실했던 최예준의 행동 역시, 거울이 없었더라면 ‘무언가 추잡한 짓을 준비 중인’ 모습으로 오해됐을지 모른다.
그리고 아이가 잠깐 머뭇거린 그 짧은 찰나조차, 거울 없는 화면에선 ‘기회를 엿보는' 장면으로 둔갑했을 터였다.
반면, 정수아의 모든 유도는 감시 카메라 속에선 그저 장난기 어린 몸짓처럼만 보였다.
영상이 끝나자마자, 최재현은 얼음장 같은 얼굴로 정수아를 노려봤다.
사정을 전혀 모르는 박경희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왜 그래, 무슨 일인데?”
하지만 정수아는 그녀에게 설명할 겨를도 없이 최재현을 향해 거듭 억지를 부렸다.
“재현 오빠, 나 그냥 블록 찾으라고 알려준 것뿐이야. 치마 들라고 한 적 없어.”
그러나 영상의 음성도 끝까지 들리게 해 두었기에 그녀가 아이에게 말한 문장은 방 안에 고스란히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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