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7화
이유현은 정수아의 얼굴을 살피며 일부러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나 보니까 그렇게 기분 안 좋아?”
그 말에 정수아는 잠깐 입술을 앙다물었다가, 곧 억지로라도 미소를 띠며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아니지. 요즘 회사 엄청 바쁘다면서 어떻게 시간 내서 왔어?”
“아무리 바빠도 널 보러는 와야지.”
그는 백합 꽃다발을 병상 옆에 내려놓고 그녀의 머리에 단단히 감긴 붕대를 바라보았다.
“많이 아파?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거야...”
정수아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다 예준이 일 때문이지. 언니가...에휴, 됐어. 말해봐야 결국은 다 내 탓이지. 유현 오빠, 이렇게 와줘서 고마워. 언니보다 오빠가 날 더 챙겨주는 것 같네.”
억지로 웃어 보였지만 눈빛엔 자꾸만 애처로운 기색이 맴돌았다.
그 말에 이유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또 정서연이 그런 거야?”
정수아는 깜짝 놀란 듯 말했다.
“그런 말 하지 마. 여긴 병원이야. 언니 동료들도 많은데 누가 들으면 우리가 언니 험담하는 줄 알겠어.”
그녀가 오히려 조심스러울수록 이유현의 마음은 더 아팠다.
“그깟 말 한마디 했다고 네게 소리 지르고 화를 낼 정도면 그건 네 잘못이 아니라 그냥 정서연이 너무 제멋대로인 거야.”
처음엔 ‘서연이’라고 부르던 그가, 지금은 이를 악물고 ‘정서연’이라 부르고 있었다.
그의 태도는 분명 바뀌어 있었고 그게 바로 정수아가 원하던 결과였다. 그녀는 살짝 올라가던 입꼬리를 고개를 푹 숙여 감췄다.
이유현은 정수아가 속상해서 그런 줄 알고 곁에 앉아 다정하게 말했다.
“걱정 마. 내가 네 곁에 있을게. 서연이 온다고 해도 힘들게 하게 두지 않을 거야.”
정수아는 한숨을 쉬었다.
“언니가 일부러 날 힘들게 하려는 건 아닐 거야...”
“지금 당장 가서 따져봐야겠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 건지.”
그녀의 안쓰러운 표정을 보자 이유현의 마음이 무너졌다.
“맨날 트집 잡고 뭐라 하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사람 밀치기까지 해?”
정수아는 말리는 척하며 말했다.
“유현 오빠, 그러지 마...”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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