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화
진도윤은 끝내 뒷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병실 안으로 무겁고 싸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결국 정서연의 눈에서는 조용히 눈물이 흘러내렸고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잘 알겠습니다. 제가 꼭 할아버지를 잘 돌볼게요.”
“그래, 남은 시간 동안 어르신께서 행복한 순간을 많이 누릴 수 있게 해줘.”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이번 뇌졸중 이후 노인의 몸이 얼마나 쇠약해졌는지를. 만약 다시 한번 이런 위급한 상황이 닥친다면 누구도 그가 견뎌낼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었다.
그때 갑자기 병실 문이 열리며 최재현이 안으로 들어섰다.
정서연은 서둘러 뺨 위의 눈물을 닦아내고 다시 마스크를 착용한 뒤, 진도윤과 함께 마지막으로 데이터를 확인했다.
“할아버지 상태는 어떻습니까?”
최재현의 시선이 정서연의 옆얼굴을 잠시 스쳤다가 진도윤에게로 향했다.
진도윤은 얼굴에 드리웠던 비통한 기색을 조금 거두고 침착히 말했다.
“다행히 큰 문제는 없어. 며칠 더 안정을 취하시면 퇴원하실 수 있을 거야.”
주의 사항을 듣는 동안에도 최재현의 눈길은 자꾸만 정서연에게로 향했다.
평소 정서연은 늘 강인했고 그 앞에서는 언제나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녀가 무너지는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지금의 정서연은 살짝만 건드려도 부서져 버릴 듯 여리고 위태로워 보였다.
“어르신께서 앞으로 절대 무리하시면 안 돼...”
진도윤이 차분히 말을 이었지만 이미 최재현의 생각은 멀리 떠나 있었다.
만약 아내가 자신에게 단 한 번이라도 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 눈물 한 방울만으로도 그는 모든 과거를 용서하고 그녀를 다시 집으로 데려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설령 남은 삶 동안 서로 사랑하지 않게 되더라도 그녀와 아이를 지키는 일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재현의 미간이 미묘하게 찌푸려졌다. 그것이 할아버지의 건강 때문인지, 아니면 그녀의 눈물 때문인지 그는 자신조차도 알 수 없었다.
그 순간, 옆에 서 있던 정수아가 그의 방황하는 눈빛을 놓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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