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화
정서연은 손동작을 멈추고 잠시 침묵했으며 방안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만큼 순간 조용해졌다.
최재현은 몸을 돌려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원망 어린 말투로 물었다.
“어디 가려는 거야? 언제 가는 건데? 얼마나 있으려고?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일련의 질문에도 정서연은 전혀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녀는 입술을 약간 오므리며 한참 고민하다가 최재현에게 이 일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난...”
정서연이 제대로 입을 떼기도 전에 전화벨 소리가 급박하게 울려대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
최재현은 인상을 쓰며 전화를 끊고 정서연의 답을 기다렸지만 계속 걸려 오는 전화에 최재현은 그녀의 답을 들을 수 없었다.
“먼저 받아.”
정서연은 문을 열고 나서 뒤로 돌아 최재현을 바라보았다. 그건 정수아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으며 연결되자마자 전화기 너머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재현 오빠, 지금 시간 있어? 나, 나 교통사고 났어. 지금 바로 와줄 수 있어?”
울먹이는 그녀의 소리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저도 모르게 긴장하게 했다.
최재현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너 지금 어디야? 바로 갈 테니까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안전한 곳에 서 있어.”
“난, 나는...”
최재현이 통화하는 사이 문밖에서 환자 한 명이 간호사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왔다.
두 사람의 얼굴에는 모두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선생님, 계셨어요? 얼른 이 환자분 좀 봐 주세요.”
간호사는 환자를 의자에 앉히며 환자의 필름 사진을 정서연에게 건넸다. 정서연은 고개를 숙여 필름을 확인하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두통이 지속된 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환자는 매우 허약하여 간호사에게 기대어 질문에 답할 힘이 전혀 없어 보였다.
환자를 데리고 온 간호사가 급히 환자 대신 대답했다.
“벌써 사흘째예요. 이분은 3번 병동 708 병실 환자분인데 조 선생님이 집도하셨습니다. 조 선생님께서 요 며칠 동안 편찮으셔서 환자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환자분은 주치의가 보이지 않아 지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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