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문이 반쯤 열리자, 소파 위에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고스란히 정수아의 시야에 들어왔다.
다행히 두 사람 모두 옷은 단정히 입고 있었지만, 최재현이 정서연에게 밀착한 채 두 손으로 그녀의 볼을 감싼 채 문 쪽으로 돌아봤다.
하지만 장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는 ‘그 이상’이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안쪽의 두 사람도 깜짝 놀랐다.
정서연이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보는 순간, 남문수가 서둘러 시선을 피하며 정수아를 막아섰다.
하지만 정수아는 뿌리치듯 안으로 들어가려 하며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
“언니, 지금 뭐 하는 거야? 여긴 회사야, 그것도 대낮에!”
마치 이 난처한 상황이 전적으로 정서연만의 잘못이고, 최재현은 아무런 책임도 없는 사람인 것처럼 굴었다.
“남 비서!”
곧이어 차가운 음성이 사무실 안에서 울려 퍼졌다. 단 세글자였지만 확실한 경고가 담겨 있었다.
그의 곁에서 수년을 함께한 남문수는 이 짧은 부름 한 마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는 반사적으로 문을 닫으려 손을 뻗었지만, 정수아는 더 빨리 몸을 밀어 넣으며 문틈을 막아섰다.
“재현 오빠, 필요하면 보안팀 부를까?”
그녀는 최재현을 바라보며 설명을 바랐다.
정서연이 먼저 다가와 유혹한 거라고만 말해주면 기꺼이 믿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최재현은 단 한 번도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오로지 침묵 속에서 저항하는 정서연에게만 꽂혀 있었다.
“이제 만족해?”
정서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돌렸다.
정수아는 그 반응에 포기하지 않고 다시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이 일 오늘 밖에 새면 재현 오빠 명성에 흠집 가는 거 몰라?”
남문수는 더는 참지 않았다.
정수아의 팔을 잡아 강제로 끌어냈고 문을 닫은 뒤 차갑게 말했다.
“수아 씨 착각하신 것 같은데요. 대표님이랑 사모님이 여기서 무슨 얘기를 하든, 어떤 시간을 보내든, 그건 부부 사이의 사적인 일입니다. 회사 명예랑은 아무 상관 없습니다.”
남문수는 말없이 분노를 삼키고 있는 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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