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화
“대표님이 직원들의 눈을 신경 쓰지 않고 번쩍 안고 들어갈 여자면 사랑하는 분 아니겠어요?”
“그런 말 함부로 했다가 실장님 귀에라도 들어가면 잘릴 수도 있는 거 몰라요?”
“혹시 사모님 아니에요? 한 번도 회사에 방문하신 적은 없으시지만...”
여직원 몇몇이 수군거리며 말이 점점 길어지자, 정수아가 날이 선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그만하세요. 뒤에서 이런저런 소리하는 거 정말 보기 안 좋네요. 다들 자기 자리 돌아가서 일이나 하세요.”
정수아는 명목상 비서실 말단 직원에 불과했지만, 마치 실세인 양 굴며 이 공간에선 누구나 그녀의 말에 따라야 하는 듯 행동했다.
실제로 꽤 많은 직원들이 그녀가 최재현과 퇴근길을 함께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고, 사무실 안팎에서 두 사람이 다정하게 대화하는 장면도 종종 목격되곤 했다.
그래서인지 대다수는 두 사람을 ‘사내 연인’쯤으로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래된 직원들은 사정을 좀 더 잘 알고 있었다.
누군가는 사진으로, 누군가는 실제로 정서연을 본 적이 있었기에 그녀가 ‘사모님’이라는 사실은 비서실 안에서도 공공연한 비밀처럼 통했다.
그래서 오히려 정수아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최재현을 잡기 위해 야망을 숨기지 않는 그녀가 비서실 안에서 권력자처럼 군림하는 모습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었다.
정수아의 한마디에 잠시 소란스러웠던 분위기는 가라앉았지만, 사무실 저편에서 여전히 몇몇의 날 선 눈빛이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정수아 씨, 또 선 넘으시네요?”
“그러게요. 여자 문제로 스캔들 난 적 한번 없던 대표님한테 정수아가 나타난 뒤로 자꾸 불륜이니 뭐니,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니... 진짜 말세예요, 말세...”
일부러 들으라는 듯 뱉어지는 말들이 귓가를 찔렀다.
정수아는 참지 못하고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맞닿은 곳에는 사십 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남녀 직원 네 명이 서 있었다.
그녀의 살기 어린 눈빛에도 전혀 기죽지 않았고, 오히려 대놓고 무시하는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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