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화
갑작스럽게 들려온 부름에 정서연은 잠시 멈칫했다.
“서연아, 여기 있었구나?”
최병문이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 병원 안으로 들어오던 참이었다.
그는 로비에서 정서연을 한눈에 알아보고는 환하게 웃었다.
“요즘 회사 메디컬 사업부에서 컨설팅하고 있다며? 재현이 그놈이 너한테 월급은 제대로 주면서 일을 시키는 거지?”
장난스럽게 던진 한마디가 정서연의 귓가를 스쳤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최병문을 바라보았다.
“할아버지, 여기까지 어떻게 오셨어요?”
“오늘 재검 날이잖아.”
그는 정서연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서연이가 할아버지랑 같이 좀 올라가 줄래?”
정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잘됐네요. 오늘 오프라 여유 있어요. 환자들 회진만 잠깐 돌고 가려던 참이었어요.”
그녀는 간병인을 대신해 휠체어를 밀며 최병문을 데리고 위층으로 향했다.
오늘은 정서윤의 휴진 일이라, 진료는 진도윤이 대신 보고 있었다.
몇 가지 기본 검사와 채혈까지 마친 뒤, 정서연은 최병문의 팔에 면봉을 대고 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손끝은 허공에 머문 듯 힘이 없었고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투자 철회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서연아, 무슨 일 있어? 얼굴이 안 좋아 보이는데?”
최병문이 조심스럽게 묻자, 정서연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듯 고개를 들었다.
“아, 아니에요. 별일 아니에요.”
“별일 아닌데 왜 바늘 자국도 제대로 못 누르고 있어?”
최병문이 농담처럼 말하며 고개를 기울이자, 정서연은 놀란 듯 시선을 내렸다.
면봉으로 제대로 누리지 못한 탓에 바늘 자국에는 벌써 선홍빛 피가 맺히고 있었다.
“죄송해요, 제가 잠깐 딴생각하느라...”
“지금이라도 말해. 난 언제나 네 편이야. 이 늙은이... 아직은 힘이 있어. 지금처럼 쓸모 있을 때 너한테 보탬이 되고 싶으니까. 주저 말고 써먹어.”
최병문은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서연은 결국 조용히 무릎을 꿇고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한참을 망설이던 끝에 어렵게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사실... 도와주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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