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그래서 그는 백연에게 비위를 맞추는 수밖에 없었다. 누나가 다시 웃고 자신을 받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무릎 꿇어, 동생아. 날 기쁘게 해주고 싶다며? 그럼 바닥에 무릎 꿇고 내가 일어나라 할 때까지 그대로 있어.”
“쯧, 그냥 이 접이식 칼이 얼마나 잘 드는지 시험해 보고 싶을 뿐이야. 설마 엄마 아빠한테 일러바치진 않을 거지?”
“백진우, 기억해. 넌 우리 백씨 가문이 키우는 개 한 마리야. 강아지는 주인을 잘 따라야지.”
분명 똑같은 얼굴인데 그 표정만은 피비린내 나는 잔혹한 미소였다. 그녀는 컴퍼스를 들고 한 걸음씩 그에게 다가왔다.
“동생아, 우리 게임 하나 할까? 이 컴퍼스로 네 몸에 글자를 쓰는 거야.”
“‘연’을 쓰자! 내 이름을 새기면 너는 평생 내 전용 강아지야!”
백진우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 결국 작은 구석까지 몰리며 두려움에 몸을 덜덜 떨었다.
‘안 돼... 하지 마...’
‘누가... 누가 나 좀 살려줘!’
문이 열리자 눅눅하게 곰팡이 오른 공기가 훅하고 밀려왔다.
침대에 웅크린 백진우는 낡은 인형을 품에 꼭 끌어안고 있었다. 그의 방에는 창문도, 에어컨도 없어서 숨 막힐 듯한 더위만 가득했다.
차가운 손이 그의 이마에 얹히고 어딘가 못마땅한 듯 혀 차는 소리가 들렸다.
백진우가 눈을 뜨자 시야에 들어온 건 새하얀 천장뿐이었다.
공기에는 병원 특유의 소독약 냄새가 가득했고 그는 병상에 누워 손등엔 바늘이 꽂혀 있었다. 링거액이 조용히 똑똑 소리를 내며 떨어지고 있었다.
“깼어?”
백연이 눈꺼풀을 살짝 올리며 하품을 했다.
그러자 백진우는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누나가... 날 데려온 거예요?”
입술은 메말라 갈라져 있었고 목소리도 갈라져 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예전엔 아무리 아파도, 아무리 크게 다쳐도 백연은 그를 병원에 데려온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백연은 무심하게 물병을 건네며 말했다.
“우리 집에서 죽기만 해봐. 집값 내려가면 얼마나 골치 아픈데.”
백진우는 눈을 내리깔았다. 흐트러진 머리카락 아래로 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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